8년 전까지만 해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캐릭터들은 소니나 워너브라더스와 같은 메이저 영화사들의 이름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마블은 단지 캐릭터 판권을 팔아서 로얄티를 받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작 선언을 한 후 둘러보니 스파이더맨과 같은 인기 있는 캐릭터는 다른 곳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에 등장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덜 알려진 아이언맨이나 토르와 같은 캐릭터 영화를 만들어서 성공가도에 접어들었고, 그 결과로 소니에서 지지부진하던 스파이더맨을 다시 찾아오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과는 달리 여전히 마블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할 수 없는 집 나간 마블의 자식들이 여럿 있습니다. 작금의 슈퍼히어로 영화 빅뱅으로 판단하건대, 황금알을 낳는 마블의 캐릭터를 돌려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더 이상 마블의 품으로 돌아오기는 힘든 일곱 자식들의 사례를 모았습니다.
1. 판타스틱 포 (20세기 폭스)
2005년에 20세기폭스는 제시카 알바와 크리스 에반스 주연의 '판타스틱 4'의 성공으로 큰 희망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 제작한 속편 '판타스틱4 - 실버 서퍼의 위험'이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이 프랜차이즈는 시들어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2015년에 다시 한 번 리부트 형식으로 되돌아오고, 이 리부트가 또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20세기폭스가 그냥 방관만 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최악의 리부트라는 혹평에도 2017년 개봉 예정으로 리부트 '판타스틱 4'의 속편을 계획하고 있다니까요.
근데 더 큰 문제(?)는 2017년에 제작될 속편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는 그 어떤 캐릭터가 되었든 20세기폭스가 판권을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희한한 딜의 결과로 마블이 '판타스틱 4'의 코믹북을 완전히 끝내버릴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것입니다. 원작 캐릭터를 저처럼 망치느니 아예 없애버리겠다 이런 심보가 기어이 등장한 것이죠.
관련 보도에 따르면 마블은 심지어 '판타스틱 4' 관련 코믹북 작가들에게 '판타스틱 4' 관련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습니다. 빅 스크린에서 그 캐릭터들의 20세기 폭스에 의해 또 다시 망쳐지는 것도 못참겠는데 그 이득이 20세기폭스 주머니에 떨어질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죠.
진짜로 일이 희한하게 돌아가기는 하지만, 한 편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사례처럼 마블과 폭스가 '판타스틱 4'를 마블에게 되돌려주기로 했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두 영화사 모두 곧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래도 소문 때문에 궁금증은 남습니다. 뭔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는 한 걸까요? 도대체 '판타스틱 4'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2. 엑스맨 (20세기 폭스)
브라이언 싱어의 2000년작 '엑스맨'은 새천년 최초로 성공한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타이틀과 함께 15년이 넘게 가열찬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엑스맨에 대한 20세기폭스사의 판권에는 이상한 허점들이 많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20세기폭스사는 '뮤턴트'라는 단어를 완전히 독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엑스맨' 유니버스의 일원인 캐릭터는 모두 20세기폭스가 저작권을 갖습니다.
그런데 마블은 어벤져스 원작 코믹스에서 등장했던 주요 멤버의 판권을 가집니다. 두 캐릭터,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는 오랫동안 원작 코믹스에서 엑스맨, 어벤져스 양쪽 모두의 멤버였다 보니, 마블과 폭스 둘 다 그들에 대해서는 판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머리가 더 핑핑 돌아가게 복잡해집니다.
20세기 폭스가 '뮤턴트'라는 단어를 독점하기 때문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는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가 매그니토의 자식들로 엑스맨의 일원인 뮤턴트라는 오리진 스토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냥 캐릭터들만 가져다 쓸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쿠키 영상에 등장했던 것처럼, 퀵실버와 스칼렛 윗치가 슈퍼휴먼을 만들어내려는 하이드라의 실험의 소산이라고 그리게 된 것입니다. MCU에서는 스칼렛 윗치와 퀵실버가 매그니토의 자식들도 아닌 것이죠. 정말 난해하기 짝이 없게 얽혀 있는 문제인데, 이만한 돈이 걸린 일이면 무슨 일인들 안 그렇겠습니까.
3. 데드풀 (20세기 폭스)
데드풀은 2009년 '액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빅 스크린 데뷔를 했죠.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데드풀은 입 없는 뮤턴트 좀비에다 미미한 역할을 나와 팬들의 원성을 잔뜩 샀습니다. 하지만 올해 개봉된 스탠드얼론 영화로 그때의 아쉬움을 몇 만 배는 상쇄했습니다. 솔로 무비 '데드풀'은 이미 속편까지 확정된 상태입니다. 20세기폭스가 제작하는 '데드풀'은 '엑스맨'과 느슨하게나마 연계를 하는 만큼, 뮤턴트들이 데드풀의 동료로 등장합니다. 당연히 그 모든 것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폭스에 있습니다.
다른 영화사들에 판권이 있는 마블 코믹스 영화를 보면서 (대표적으로 '판타스틱 4'), 만약 저 작품을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그러나 '데드풀'만큼은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네요. 오히려 마블은 R등급을 할 리가 없기에, 데드풀의 판권이 20세기폭스에 있고 20세기폭스가 R등급에 그린라이트를 준 건 신이 둔 한수라고 할 수밖에요. 집 나가서 가장 성공한 경우가 바로 데드풀의 경우겠네요.
4. 울버린 (20세기 폭스)
소니 픽처스는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마블과 공동 소유하는 것으로 결국 손을 들었지만, 20세기폭스로서는 '엑스맨'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잘 해내고 있는데 소니의 경우처럼 마블과 협상할 이유는 현재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엑스맨의 인기를 이끈 큰 축인 울버린도 다른 뮤턴트들과 함께 설령 친정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운명입니다.
혹시 가망없음 그 자체인 판타스틱 4에 대한 협상이 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엑스맨의 뮤턴트들과 울버린에 대해 20세기 폭스와 마블이 공동양육권을 가지는 상황까지는 가까이 갈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글쎄요,입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쿠키 영상에서처럼 20세기폭스는 울버린을 '엑스포스', 나아가서 여성 울버린 X-23 등으로 계속 확장할 생각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절대 다시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뮤턴트 하나만을 꼽는다면 단연코 울버린이 될 것입니다.
5. 나모 (유니버셜)
DC에 아쿠아맨이 있다면 마블에는 나모가 있습니다. 나모의 저작권은 현재 유니버셜에 있지만, 하지만 유니버셜은 그저 저작권만 챙긴 채 나모를 빅스크린에 데뷔시키려는 모습에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그 경우 저작권이 소멸되어 마블 스튜디오에서 나모를 챙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나모의 인지도가 미국 시장에서도 매니아층에 국한될 정도로 낮고, 마블은 이미 지구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상황이라 DC의 아쿠아맨처럼 딱히 나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불쌍한 나모. 집으로 가고 싶어도 부모가 반기지 않는 상황이네요.
6. 헐크 (유니버셜)
슈퍼히어로 코믹스 영화 세계에서 헐크의 솔로 무비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것만큼 팬들의 속을 타게 하는 일이 있을까요? 헐크의 문제는 아주 복잡합니다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마블과 디즈니는 헐크 솔로 무비를 만들 수는 있지만, 만들어봤자 유니버셜과 이익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들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니버셜은 헐크 캐릭터에 대한 전방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가 헐크의 지분을 다수 인수했다고 해도 여전히 헐크의 점유율을 유니버셜측이 높다는 것입니다.
유니버셜의 입장에서는 솔로 무비를 만들지 않더라도 어벤져스가 워낙 헐크를 잘 키워놓아 가만히 놔둬도 헐크 관련 프랜차이즈 상품 판매 등등이 아주 솔솔하고, 어떻게 솔로 무비를 나중에라도 잘 만들면 대박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헐크를 손에만 쥐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라도 겨우 마블은 헐크를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나 '토르: 라그나로크'와 같은 영화에는 등장시킬 수 있지만, 헐크 솔로무비는 유니버셜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더러, 상업적인 이득마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헐크 솔로 무비는 진척이 없는 것입니다.
뭐, 이걸 두고 이전투구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팽창된 슈퍼히어로 시장에서 한두 푼 걸려 있는 게 아니니 일은 앞으로 더 복잡해지면 복잡해졌지 쉽사리 흘러갈 거 같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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