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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세계

세계 왼손잡이의 날, 류현진, 이승엽, 스즈키 이치로, 랜디 존슨 등등 야구는 왜 대놓고 왼손잡이에게 유리할까?

매년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라고 합니다. 1932년 세계 최초로 국제 왼손잡이 협회를 창립한 미국인 딘 켐벨의 생일을 기리며 만들어진 날이라고 하는데요. 전 세계 왼손잡이들의 인권 신장과 왼손 사용에 대한 편견 개선을 목적으로 1976년 제정이 되었다고 하네요. 


근데, 왼손잡이들이 창의력이 뛰어나고 천재가 많다 이런 것은 뭐라 증명하기가 힘드니까 일단 제외하고, 손을 직접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배구, 권투, 탁구, 펜싱 등등 왼손잡이가 유리한 스포츠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야구는 왜 대놓고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경기인지를 한 번 알아볼까 해요. 시작할게요.



 1  왼손잡이가 유리한 스포츠는 어떤 종목이 있을까?

왼손잡이 천재설, 이른바 왼손잡이들이 IQ나 EQ가 높고, 오른손잡이가 쓰지 않는 우뇌를 자주 써서 창의성 등이 잘 발달되어 있나는 주장이 있지만,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다만, 스포츠에서는 왼손잡이가 유리한 종목이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 권투에서 선수들은 왼손잡이와 경기하는 것을 무척 꺼린다고 하는데요. 오른손만큼 왼손도 세서 양손잡이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며, 펜싱도 왼손잡이를 상대하는 것이 무척 까다로워 왼손잡이에 유리한 종목으로 분류되고, 배구 역시 오른쪽 공격이 수월하기 때문에 왼손잡이 공격수가 상당히 환영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왼손잡이 권투 선수를 그린 영화 '사우스포'>


탁구의 경우에도 공격 방향이 오른손잡이와 완전히 달라서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 선수를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 있으며, 탁구처럼 라켓을 쓰는 배드민턴, 테니스 모두 왼손잡이가 유리한 스포츠 종목으로 분류가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도 왼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는 바로 야구입니다. 야구는 상대하기가 껄끄럽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그냥 물리적으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규칙 자체가 더 유리한 대표종목입니다. 왜 그런지 아래에서 따로 알아보도록 할게요.



 2  야구에서 왼손 타자는 1루까지 거리 자체가 짧다

야구에서 왼손타자는 오른손 타자에 비해 타격 후 1루까지의 거리가 짧습니다. 이걸 시간으로 따지면 약 0.2초 가량을 절약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왼손 타자의 경우 발이 조금만 빠르면 웬만한 내야땅볼에도 1루에서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즈키 이치로의 경우가 그런데요. 미국과 일본 통산 5,000안타 이상, 메이저리그 단독으로 3,000안타 이상을 친 이치로는 안타의 무려 23% 가량이 내야 안타라고 합니다. 


또한 왼손 타자의 경우 타구를 치고 나서 1루까지 달려가는 방향이 역방향이 아닌 순방향입니다. 오른손 타자가 타구를 치고 스타트를 해서 달려가야 하는 반면, 왼손 타자의 경우에는 만약 1루쪽으로 끌어당기는 타구를 쳤다면 타격 이후 바로 그 방향으로 그대로 달려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또 있죠. 



 3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

야구에서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와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야구 경기에서 왼손 투수가 가지는 이점을 말해주는 얘기입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이 투수인 랜디 존슨,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좌완 강속구 투수죠.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1대9 정도가 평균이라고 한다면, 야구에서는 그 비율이 20%까지도 올라가는데, 그렇다고 해도 야구 선수 100명 중 80명은 여전히 왼손잡이이고, 이는 타자의 경우에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오른손 타자의 예를 들면, 오른쪽 타석에서 왼손 투수의 공을 상대해야 한다면 공이 자신의 등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말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야로 들어오는 느낌이라는 것이죠. 


<경기중 비둘기를 맞혀서 죽인 좌완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


투수의 강속구를 시속 140㎞로 가정했을 때, 140㎞의 강속구가 투수의 손을 떠난 포수 미트에 꽃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6초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0.5초도 안되는 시간에 순간적으로 공이 자신의 등뒤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면 아무래도 타자로서는 투구 공략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오른손잡이 타자의 경우 같은 구속의 강속구라고 하더라도 좌완투수가 던지는 공이 더 빨라 보이고 더욱 생소해 보이기 때문에 공략이 힘들어지게 되기 때문에 좌완 강속구 투수의 경우 야구에서는 보배나 다름없게 되는 것입니다. 



 4  좌완 투수는 1루 견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왼손잡이 좌완 투수는 1루 주자를 견제하기기 아주 수월합니다. 마운드에서 시선은 홈플레트를 향해 투구 동작을 취하면서도 몸만 틀어 1루로 견제구를 바로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야구 선수중에서는 봉중근이 견제 동작이 좋은 투수로 유명한데요. 지난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2라운드 한일전에서 봉중근의 견제동작에 깜짝 놀란 스즈치 이치로가 1루도 돌아가는 귀루를 두 번 연속이나 했던 일은 지금도 유명한 야구 일화입니다. 



지난 2007년 미국 스포츠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견제구가 가장 좋은 투수로는 과거 양키즈 소속의 앤디 페티트가 손꼽힙니다. 


당시 조사에서 17%의 지지를 받은 밀워키 블루어스 소속의 크리스 카푸아노가 2위였는데, 앤디 페티트는 무려 55%의 지지를 받아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5  투수, 타자보다도 왼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은 따로 있다?!

하지만 왼손잡이는 수비에서는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내야수 가운데 왼손잡이는 1루수가 유일하고, 2루, 3루, 유격수는 오른손잡이가 훨씬 낫습니다. 왼손잡이 내야수라면 1루에 송구할 때 역동작을 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루수는 왼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파울라인을 따라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잡을 때 역동작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그러나 견제구를 받아 주자를 태그할 때도 거리상으로 유리하고, 땅볼을 잡고 2루와 3루를 몸을 돌리지 않고 바로 바라볼 수 있어 송구에도 훨씬 유리하합니다.



뿐만 아니라 2루 도루를 시도하다 1루로 귀루하는 주자의 태그에도 왼손잡이 1루수는 스탠스 상으로 유리하다는 장점까지 있는데, 그래서 한국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1루수 이승엽이 왼손잡이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P.S. 오늘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맞이해서 우연히도 국내 야구 왼손잡이 투수의 대표 주자인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등판을 했는데요. 아쉽게도 승패는 무산이 되었네요. 진라면 하나 꺼내놓고 승리하면 끓여먹을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