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영방송 BBC에서 롤링스톤, 랩, 너디스트, 뉴요커, 가디언, IGN, 판당고, 인디와이어 등등 전세계 최고의 영화 전문 매체의 영화 평론가 177명에게 '21세기 최고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아래 그 결과를 담은 리스트입니다.
전세계 최고 매체들의 영화 평론가다 보니 전문성이야 시비를 걸 수 없게 확실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최고의 지식을 지닌 인물들이다 보니 선택이 너무 전문적이지 않느냐, 대중적인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리스트냐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겠네요.
그래도 이제 우리는 '시민케인'으로 시작해서, '대부', '7인의 사무라이'로 끝나는 너무도 익숙해서 이제는 지겨워져버리고 만 20세기 최고의 영화 리스트를 떠나 보내게 된 셈입니다. 영화 전문가들이 어떤 영화를 21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았는지, 당신은 이 중에서 몇 편이나 보았는지 아래에서 살펴보세요.
1.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너무도 데이빗 린치다운, 그리고 데이빗 린치다움이 그가 만든 모든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실현되었던 영화라는 말 외에 줄거리를 설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근데, 이 영화 보신 분들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이 될 수 있겠네요.
2. 화양연화 (2000)
'화양연화'가 21세기에 만들어진 영화였다는 게, 새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가정이 있는 남녀끼리의 더없이 조심스러운 사랑을 왕가위가 아니었으면, 양조위가 아니었으면, 장만옥이 아니었으면 이 리스트의 2위 자리에 오르게 할 수 있었을까요?
3. 데어 윌 비 블러드 (2007)
과작이 안타까운 대표적인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역작 '데어 윌 비 블러드'가 3위에 올랐네요. 누구나 알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불길이 타오르듯 그려내려면 많은 작품을 하기도 힘들겠지만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명불허전인 건 말할 것도 업습니다.
4.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 (2001)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로서는 정든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 곁을 떠나는 느낌이 한편으로 들기 시작하면서도 이제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의 것일 수만은 없어, 하는 스케일로 나가게 되는 굉장한 애니메이션이었죠.
5. 보이후드 (2014)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가 5위 안에 들었다는 건 무조건 뿌듯하고 무조건 옳습니다. 21세기 최고의 성장통 영화.
6. 이터널 선샤인 (2004)
기억은 지울 수 있지만 마음속에 남은 햇빛 같은 것이 영원히 빛나 오르고 있다면? 어렸을 적 읽었을 때와 인생의 다른 시기에 읽었을 때 감흥이 다른 경우가 있는 것처럼, 그 빛을 경험해본 다음에야 마음속에서 빛나는 영화입니다.
7. 트리 오브 라이프 (2011)
아마도 이 리스트 10위 안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고 논란이 생길 듯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다소 거창하고 과잉이라는 평도 많았지만, 인간의 뿌리에 대한 성찰이 압도적인 영상 속에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8. 하나 그리고 둘 (2000)
한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사이에 일어나는 인간사 희로애락을 대만과 일본이 합작해서 그려냈으니 전세계가 좋아할 만한 영화가 탄생할 밖에요.
9.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이란 영화의 힘을 또 한 번 유감 없이 보여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9위에 올랐네요. 인간사의 온갖 딜레마와 소통의 곤란함을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비장하지도 않게 잔잔한 서사로 풀어낸 걸작입니다.
1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물론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엘의 20세기 영화들도 그들 고유의 매력으로 넘쳐났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야말로 이 형제 감독을 거장 반열에 올려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들이 내내 그려온 폭력과 혼돈의 도가니탕탕을 그야말로 가장 잘 농축해놓은 영화죠.
10위까지의 결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론가들의 취향은 정말로 나와는 다르구나,하고 느끼신 분들도 계실 테고 전적으로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반반인 분들도 있을 텐데, 만약 가장 전자인 분들이시라면 이런 리스트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재미로 읽고 넘기시면 될 것 같네요.
제 경우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들어가지 않은 게 분노와 황당함 그 자체입니다만. 그런데 안 본 영화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모름지기 이런 리스트가 갖추면 좋을 덕목이라면, 어떻게 충족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나머지 100위까지의 순위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들어가 있네요. 해당 설문에 한국 평론가는 두 명이 참여했는데, 모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100위 안에 올렸다고 하네요.
11. 인사이드 르윈 (조엘 코엔, 에단 코엔)
12. 조디악 (데이빗 핀처)
13. 칠드런 오브 맨 (알폰소 쿠아론)
14. 액트 오브 킬링 (조슈아 오펜하이머)
15. 4개월 3주 그리고 2일 (크리스티안 문쥬)
16. 홀리 모터스 (레오스 카락스)
17.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길예르모 델 토로)
18. 하얀 리본 (미카엘 하네케)
19.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20. 시네도키, 뉴욕 (찰리 카우프만)
2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22.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소피아 코폴라)
23. 히든 (미카엘 하네케)
24. 마스터 (폴 토머스 앤더슨)
25.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26. 25시 (스파이크 리)
27. 소셜 네트워크 (데이빗 핀처)
28. 그녀에게 (페드로 알모도바르)
29. 월-E (앤드류 스탠튼)
30. 올드보이 (박찬욱)
31.마가렛 (케네스 로너건, 2011)
32.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33.다크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
34.사울의 아들 (라즐로 네메즈)
35.와호장룡 (이 안)
36.팀북투 (압데라만 시사코)
37.엉클 분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38.시티 오브 갓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런드)
39.더 뉴 월드 (테렌스 멜릭)
40.브로크백 마운틴 (이 안)
41.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42.아무르 (미카엘 하네케)
43.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
44.노예 12년 (스티브 맥퀸)
45.가장 따뜻한 색 블루 (압델라티프 케시시)
46.사랑을 카피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47.리바이어던 (안드레이 즈비아긴제프)
48.브루클린 (존 크롤리)
49.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50.자객 섭은낭 (허우 샤오시엔)
51.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52.열대병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53.물랑루즈 (바즈 루어만)
5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 (누리 빌게 제일란)
55.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56.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벨라 타르)
57.제로 다크 써티 (캐서린 비글로)
58.물라데 (우스만 셈벤)
59.폭력의 역사 (데이빗 크로넨버그)
60.징후와 세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61.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62.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63.토리노의 말 (벨라 타르)
64.그레이트 뷰티 (파울로 소렌티노)
65.피쉬 탱크 (안드레아 아놀드)
66.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67.허트로커 (캐서린 비글로)
68.로얄 테넌바움 (웨스 앤더슨)
69.캐롤 (토드 헤인즈)
70.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사라 폴리)
71.타부 (미겔 고메즈)
72.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73.비포 선셋 (리처드 링클레이터)
74.스프링 브레이커스 (하모니 코린)
75.인히어런트 바이스 (폴 토마스 앤더슨)
76.도그빌 (라스 폰 트리에)
77.잠수종과 나비 (줄리앙 슈나벨)
78.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지)
79.올모스트 페이머스 (카메론 크로우)
80.리턴 (안드레이 즈비아긴제프)
81.셰임 (스티브 맥퀸)
82.시리어스맨 (코엔 형제)
83.A.I (스티븐 스필버그)
84.그녀 (스파이크 존즈)
85.예언자 (자크 오디아르)
86.파 프롬 헤븐 (토드 헤인즈)
87.아멜리에 (장 피에르 주네)
88.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89.얼굴없는 여자 (루크레시아 마르텔)
90.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91.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후안 호세 캄파넬라)
92.비겁한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앤드류 도미닉)
93.라따뚜이 (브래드 버드)
94.렛미인 (토마스 알프레드슨)
95.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
96.니모를 찾아서 (앤드류 스탠튼)
97.백인의 것 (클레르 드니)
98.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99.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야네스 바르다)
100.레퀴엠 (대런 아로노프스키)
100.카를로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100.토니 어드만 (마렌 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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