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에서 오합지졸 슈퍼히어로들을 하나로 규합하며 장렬히 전사한 필 콜슨 요원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며, 그래서 그 필 콜슨 요원이 주연이 되는 최초의 슈퍼히어로 미드가 ABC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던 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년 전 일입니다.
ABC가 포문을 연 슈퍼 히어로 미드 장르는 그간 FOX, CBS, AMC, Netflix 등의 공중파와 케이블, 스트리밍 인터넷 서비스업체까지 총망라, 다종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중 반드시 놓치지 말 봐야 할 '코믹북 원작 슈퍼히어로 미드'를 10편 추려 톱 10을 꾸려봤습니다.
10.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Legend of Tomorrow) The CW
CW '애로우'와 '더 플래시'의 스핀오프 시리즈이자 미드판 저스티스리그라고 불리는 작품이 바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입니다. 립 헌터를 비롯해 호크걸, 호크맨, 닥터 마틴 스타인, 캡틴 콜드, 히트 웨이브 등이 팀을 이루어 6천년 이상을 살았다는 빌란 중의 빌란 반달 새비지에게 대항하여 시간여행을 하며 싸우는 드라마로, 아기자기한 슈퍼히어로들의 파이팅 넘치는 액션이 재밌습니다.
9. 슈퍼걸 (Supergirl) The CW
기구한 운명으로 치면 '슈퍼걸'만한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2015년 가을 시즌 무려 CBS에서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받아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슈퍼맨의 사촌 누나라는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는 팬심을 모으지 못했고, 시즌2 캔슬 루머가 돌더니 기어이 CW 채널로 방송국을 갈아타는 비운의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2016년 12월 윈터 피날레 에피소드에서 CW 채널의 대표작인 애로우와 플래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와 4대 천왕 크로스오버를 기획하고 있는 만큼 명예회복을 할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8. 고담 (Gotham) FOX
2013년 가을 시즌 최고 기대작이 ABC 방송사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였다면, 2014년 가을 시즌은 FOX의 '고담'이었습니다. 마블이 ABC와 손잡고 '어벤져스' 스핀오프 드라마를 기획했다면, DC는 FOX와 손잡고 '배트맨' 스핀오프 드라마를 만든 셈인데,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부모가 살해당했던 당시의 제임스 고든 경관이 형사였던 시기를 그린 '배트맨' 프리퀼 미드입니다. 주인공 제임스 고든 역에 '디 오씨'의 벤자민 맥켄지가 분하고 있으며, 현재 시즌3 방영을 준비중입니다.
7. 애로우 (Arrow) The CW
미드 '애로우'는 '스몰빌'의 퇴장과 '슈퍼내추럴'의 하강세라는 2012년에 코믹스 히어로물에 일가견이 있는 CW 채널에서 야심차게 들고 나온 에이스 카드입니다. '그린 랜턴'의 작가 그렉 버란티와 DC, 마블의 작가인 마크 구겐하임,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작가 앤드루 크라이스버그가 뭉쳐서 DC 코믹스의 히어로인 그린 애로우를 '스몰빌'에서의 조연 캐릭터에서 완벽하게 스타일리시한 고독남 버전의 새로운 그린 애로우로 재창조해냈습니다.
2012년 10월 10일 첫 방영 당시 CW 시리즈 중 가장 좋은 시리즈 프리미어 시청률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으며, 파일럿 방영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아 풀 시즌 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현재 5시즌 방영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6. 에이전트 카터 (Agent Carter) ABC
ABC와 마블의 두 번째 슈퍼히어로 미드 프로젝트로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의 여성 상관이자 연인으로 등장했던 페기 카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드입니다. 아이언맨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의 실제 모습과 같은 레퍼런스를 탐독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아쉽게도 2016년 5월 시즌2를 끝으로 시리즈가 종영했답니다. (페기 카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도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이로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완전히 아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5. 에이전트 오브 쉴드 (Agent of SHIELD) ABC
2013년 ABC 가을 시즌 최대 기대작이자 슈퍼 히어로 미드 시대를 열었던 작품. 초반 '어벤져스'의 프리퀄로 설정된다는 예상을 뒤엎고, 영화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2' 사이를 잇는 웜홀 역할로 스토리적으로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제작되는 '어벤져스 1.5' 드라마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 덕에 필 콜슨 요원을 포함해서, 영화 '어벤져스'에 출연했던 마리아 힐 요원, 특히 '어벤져스' 쉴드 국장 닉 퓨리까지 게스트 출연이 삼삼한 볼거리입니다.
4. 제시카 존스 (Jessica Jones) Netflix
마블은 넷플릭스를 통해 데어데블부터,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까지 솔로 드라마를 출시한 후 이 모든 캐릭터를 묶어서 TV판 어벤져스인 '디펜더스'를 만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제시카 존스'는 마블의 '디펜더스' 프로젝트의 두 번째 드라마입니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제시 핑크먼 여친으로 나왔던 크리스틴 리터가 제시카 존스 역을 맡았는데, 벌써부터 엘프녀, 사슴녀 등의 호칭과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016년 6월에는 넷플릭스 홍보차 내한도 예정되어 있답니다.
3. 스몰빌 (Smallville) The WB/The CW
리처드 도너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1978년 '슈퍼맨'은 유성우와 함께 우주선에 실려 지구에 도착한 슈퍼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스치듯 비켜간 후, 다 자란 후 뉴욕으로 가서 신문기자가 된 슈퍼맨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드라마 '스몰빌'은 영화가 유성우 떨어지듯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던 그곳, 클락 켄트가 지구에 도착해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마을,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마을인 '스몰빌'을 무대로 해서 슈퍼맨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이른바 '슈퍼맨 비긴즈', 즉 영화 '슈퍼맨' 1편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퀼을 TV 드라마로 구성한 작품으로, 슈퍼히어로 드라마의 원조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작품이죠. 엑스파일에서 그대로 빌어온 스토리적인 골격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엄청 홀릭해서 봤던 미드입니다.
2. 데어데블 (Daredevil) Netflix
슈퍼히어로 미드의 시작은 ABC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가 열었다지만, 내실을 다지는 역할은 넷플릭스의 '데어데블'이 했다고 봅니다. '데어데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들 중에서도 그렇고 전체 스몰 스크린 슈퍼히어로물 중에서 단연 압도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며 슈퍼히어로 미드 장르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할 수 있습니다.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하는 윌슨 피스크는 MCU 최고의 인기 빌런 톰 히들스턴의 로키와 비견할 만하고, 찰리 콕스가 연기하는 맷 머독과 그의 또 다른 에고인 검은 마스크 데어데블도 카리스마 넘칩니다. 탄탄한 대본은 물론이고, 스몰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수준으로 아름답게 짜여진 액션 씬이 압권인 작품입니다.
1. 플래시 (The Flash) The CW
'애로우'가 CW 채널의 슈퍼 히어로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면 '플래시'는 CW 채널이 과거 '원 트리 힐'로 대표되는 하이틴 채널이 아니라 이제는 슈퍼히어로 대표 채널임을 공식화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DC 코믹스 최고의 스피드맨 플래시(마블의 퀵실버 같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이 상당히 밀도 있게 짜여졌습니다. '애로우'를 포함,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나아가서 CBS에서 편입한 '슈퍼걸'과의 크로스오버 등으로 앞으로도 최고의 슈퍼히어로 미드로 군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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