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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스타 특집

배트맨에서 해리포터까지, 알고 나면 가슴 찡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좋은 아빠 분투기

일정상의 문제에서부터 출연료 문제 등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의 캐스팅 배역을 거절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만, 그러나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배역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상황은 대부분 가족이나 자녀들과 관련된 이유가 많습니다. 


여기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아들, 딸, 손주들을 위해서 굳이 내키지 않았던 배역을 맡았던 일화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쓸데 없는 일을 해서 핀잔을 먹기도 했네요. '배트맨에서부터 해리포터까지, 알고 나면 가슴 찡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좋은 아빠 분투기' 함께 보실게요. 



 1  토미 리 존스 - 배트맨 포에버 (1995)의 투 페이스 

조엘 슈마허 감독의 1995년도 영화 '배트맨 포에버'에서의 다중 인격 슈퍼 빌런 '투 페이스'는 원래 빌리 디 윌리엄스가 계약을 했지만, 조엘 슈마허 감독이 이중인격을 훌륭히 소화해 낼 연기파 배우를 원해서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토미 리 존스로 다시 캐스팅된  배역입니다. 


하지만 토미 리 존스는 영화를 찍기 전까지 '투 페이스'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심지어는 촬영에 들어가서도 캐릭터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았으며, 같은 악역이지만 리들러를 맡았던 후배 배우 짐 캐리가 배역을 즐기는 것을 지켜봐야 해서 촬영 내내 짜증과 신경질로 일관했던 배역이기도 합니다. 


근데, 왜 그 역을 맡았느냐고요? 아들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토미 리 존스가 두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 중 첫 째인 오스틴 레오나르드 존스가 좋아하는 배트맨 캐릭터여서 연신 신나하며 캐릭터 설명을 해주는데, 도저히 그 모습에 실망을 안길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 '배트맨 포에버' 시사회에 참석한 토미 리 존스 가족  



 2  데니스 호퍼 - 슈퍼 마리오 (1993)의 쿠파 왕 

1969년 걸작 영화 '이지 라이더'에서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를 깜짝 놀래켰던 데니스 호퍼는 '블루 벨벳'의 프랭크 부스에서부터 '스피드'의 하워드 페인까지, 필모그래피의 대부분을 엇나가고 광기 어린 미친 소시오패스적인 인물로 채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그런 데니스 호퍼가 1993년 세계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로 요란했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출연했던 것은 상당한 의외였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게임과 닮은 구석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으로 4,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북미에서 겨우 2,091만 달러를 벌어들인 쫄딱 망한 최악의 영화였으니까요. 


이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파충류 세계의 독재자 쿠파의 배역을 맡았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바로 슈퍼 마리오 게임을 좋아하는 여섯 살짜리 아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고, 그런 의도가 통해서였는지 비록 영화는 최악의 혹평과 최악의 흥행으로 점철되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 쿠파만은 그나마 봐줄만했다는 것이 영화팬들의 일반적인 평가였거든요. 


그로부터 12년 후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 출연했던 데니스 호퍼의 발언에 따르면, 어느 날 18살이 됐던 아들이 도대체 왜 그런 멍청한 영화에 출연을 했느냐고 물어서 널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고 대답을 해줬는데, 아들은 그때문에 한동안 학교에서 놀림만 당했다며,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네요.


▲ 데니스 호퍼 아들 헨리 리 호퍼 어린 시절과 다 큰 사진



 3  비고 모텐슨 - 반지의 제왕 (2001) 시리즈의 아라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아라곤 역은 비고 모텐슨의 인생 캐릭터입니다. 이 역할로 비고 모텐슨은 할리우드에서 스타덤에 올랐고, 고국인 덴마크에서 국민 배우로 추앙받고, 덴마크 여왕 마르가레테 2세로부터 훈장까지 받았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정작 비고 모텐슨은 '반지의 제왕' 캐스팅 당시 '반지의 제왕'이 어떤 이야기인지, 그렇게 유명한 소설인지도 몰랐으며,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난쟁이들과 요정이 괴물들과 싸운다는 이런 허구적인 영화에 왜 출연해야 하는지를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비고 모텐슨을 설득해서 아라곤 역에 꽂은 사람은 아들 헨리였다고 합니다. 톨키니스트였던 아들이 적극 추천한 것도 있고, 당시 전 부인과의 이혼으로 아들에게 잘 보여야 했던 점도 없지 않았기에 마지못해 배역을 맡았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비고 모텐슨은 아들 덕에 팔자가 바뀐 경우였네요.


▲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의 비고 모텐슨과 아들 헨리



 4  도널드 플레젠스 - 할로윈 (1978) 시리즈의 닥터 샘 루미스 

'할로윈' 시리즈의 닥터 샘 루미스 캐릭터는 호러 영화 역사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희대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도널드 플레젠스의 샘 루미스 박사의 인기는 상당했고, 항간에서는 샘 루미스 박사가 없는 할로윈은 할로윈이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사루만 역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는 샘 루미스 역을 맡지 못했던 것이 영화 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일이었다고 했을 정도였는데요. 크리스토퍼 리가 촬영 일정 때문에 맡지 못했던 이 배역을 도널드 플레젠스가 맡게 된 것은 13살 딸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 도널드 플레젠스와 딸


'할로윈' 시리즈 이전에 존 카펜터 감독은 '리오 브라보', '분노의 13번가'와 같은 저예산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라 많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눈밝은 영화광 소녀였던 도널드 플레젠스의 딸이 그 감독 음악이 너무 인상적이라며 존 카펜터 연출이라면 꼭 출연하라고 아빠에게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라네요. 도널드 플레젠스의 그때 그 딸도 나중에 커서 배우가 됐다네요. 



 5  견자단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6)의 치루트 임웨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제작진이 베이즈 맴버스와 둘도 없는 콤비로 등장, 로그 원 특공대의 일원으로 활약한 치루트 임웨 역에 처음 고려했던 배우는 이연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연걸이 1,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되었고, 그다음 400만 달러에 견자단에게 제안을 했는데, 견자단 역시 가족들과 5개월 이상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배역을 맡기를 꺼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스타워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완전베리땡큐감사대박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고, 그런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견자단은 몰디브에서부터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영국, 요르단까지 거의 반 년에 걸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촬영 강행군을 기쁜 마음으로 수행했다고 합니다.


▲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중국 개봉 당시 견자단 가족



 6  케이트 윈슬렛 - 다이버전트 (2014)의 제닌 

이번에는 좋은 아빠가 아닌 좋은 엄마 분투기입니다. 미국 작가 베로니카 로스의 동명의 SF 영 어덜트 소설을 영화화한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2014년 첫 작품에서 케이트 윈슬렛은 생애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을 합니다. '타이타닉'이나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작품에서 주로 성숙한 여인의 연기를 소화해냈던 케이트 윈슬렛치고는 상당한 도전이었죠. 


아울러 케이트 윈슬렛은 당시 13살 딸과 10살 아들 이외에도 임신 5개월 째였던지라, '다이버전트' 시리즈 제작진 역시 출산 후에 시리즈 2편인 '인서전트'부터 출연하는 것을 권유했지만, 케이트 윈슬렛은 기어코 출연을 강행해서 영화 후반부에 냉철하고 악랄한 재닌 박사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케이트 윈슬렛이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영화 출연을 고집했던 이유는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10살, 13살이라고는 해도 또래에 비해 독립적이지 못하고 사교성이 부족했던 아이들이 엄마의 일상적인 도움 없이도 스스로 생활을 해나가기를 바랬던 의도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케이트 윈슬렛의 이런 시도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합니다. '헝거게임' 시리즈와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함께 3대 SF 영 어덜트 소설로 불리는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인기 덕분이었죠. 엄마 사인을 받아달라는 것은 기본이고, 프리미어 상영 때 표를 구해달라는 동급생들의 요구에 케이트 윈슬렛 역시 뿌듯해했다고 하네요.


▲ 케이트 윈슬렛, 샘 멘데스 감독과 아이들



 7  디몬 하운수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코라스 

'천사의 아이들'과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명품 흑인 조연 배우 디몬 하운수가 2014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로난의 최측근이자 행동대장 코라트 역을 맡았던 이유는 6살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디몬 하운수는 처음 코라트 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아들에게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자기도 하얀 피부 백인이면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기어오르는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대답에 경악을 해서, 까만 피부 흑인들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작은 배역을 기꺼이 맡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블랙 팬서'와 같은 온전히 흑인들로만 구성된 슈퍼히어로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대박 흥행을 일구게 된 것도 '토르: 천둥의 신'에서의 이드리스 엘바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의 디몬 하운수와 같은 배우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멋진 아빠, 인생에서의 훌륭한 스승, 디몬 하운수였네요.


▲ 디몬 하운수와 아들 켄조



 8  앤소니 마키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의 팔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 흑인 배우는 디몬 하운수만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통해 캡틴의 영원한 사이드킥으로 등장했던 팔콘 역의 배우 앤소니 마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앤소니 마키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전 세계 유색 인종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출연료에 상관없이 이유 불문하고 팔콘 역은 반드시 맡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 앤소니 마키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바로 할로윈 데이라고 합니다. 사탕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 쏟아져 아져 나온 흑인 아이들이 이제는 그 어떤 코스튬보다도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가장 좋아라하고, 그 중에서도 팔콘으로 분장한 흑인 아이들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하네요.



 9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패밀리 가이 (2005)의 패트릭 패터슈미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패밀리 가이'에 처음 목소리 출연을 했던 것은 지난 2005년이었습니다. 두 번째 아내였던 데보라 팔코너와의 사이에 낳았던 첫째 아들이 '패밀리 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드라마 제작자였던 세스 맥팔레인에게 전화를 걸어 성사된 특별 출연이었죠. 


2005년이면 당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약물 중독에서 겨우 벗어나서 다시 재기의 도약을 노리던 시기였고, 그 때문에라도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컸을터이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떻게 해서든 아들에게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시절이었고, 얄궂은 세스 맥팔레인은 '패밀리 가이'에서 패트릭 패터슈미트를 수갑을 차는 모습으로 등장시키며 로다주를 응원(?)하기도 했었죠.


▲ 로다주 '패밀리 가이' 수갑차고 출연 ^^


그리고 다들 잘 아시다시피 로다주는 지난 2008년 '아이언맨'으로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거듭났고, 몸값이 비싸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으로 크게 성공한 지난 2012년에도 다시 한 번 '패밀리 가이'의 패트릭 패터슈미트 특별 출연에 응하며 '패밀리 가이' 팬들과 아들에게 재차 기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 아들도 나이가 이제 27살이니, 아들이 결혼해서 손자가 다시 '패밀리 가이' 팬이 되지 않은 이상 로다주의 '패밀리 가이' 특별 출연은 더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아들 인디고 팔코너 다우니



 10  리처드 해리스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의 덤블도어 

리처드 해리스는 아일랜드의 명배우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두 편의 알버스 덤블도어 역으로 가장 유명한 배우입니다. 그러나 이 덤블도어 역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당시, 리처드 해리스는 선뜻 배역을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70을 넘은 나이에 향후 일곱 편이나 시리즈로 제작될(최종적으로는 여덟 편이었지만) 긴 행군에 합류하기에는 건강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리처드 해리스는 '해리 포터' 원작 소설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손주들을 생각하면 딱 잘라 거절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당시 11살의 손녀는 할아버지가 덤블도어 역을 맡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할아버지랑은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을(?) 했고, 리처드 해리스는 그런 손녀딸을 위해 덤블도어 역을 승낙합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얘기했듯, 리처드 해리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의 알버스 덤블도어는 시리즈 2편까지만이었습니다. 지난 2002년 리처드 해리스가 72세를 일기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 리처드 해리스와 손녀딸들


그 이후는 해리 포터 팬이라면 잘 알고 계실 듯, 리처드 해리스보다 열 살이 적은 마이클 갬본이 2대 덤블도어를 맡아 전임자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며 '해리 포터' 시리즈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죠. 


사랑하는 손녀딸들에게 평생 기억할 최고의 선물을 남기고 떠난 배우 리처드 해리스였습니다. 스핀오프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개봉을 앞두고, 오는 2018년 10월 28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4DX로 재개봉을 한다니 다시 그 얼굴을 만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