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드디어 안아키를 다루었네요. 안아키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지 반년 만에 안아키에 관한 소상한 이야기와 여러 증언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안 쓰고 아기 키우기'라는 안아키라는 사이트와 그 활동, 주장하는 내용과 문제점에 관해서 알기 쉽게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해볼까 합니다.
안아키 카페 주인 김효진 누구?
안아키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한의사 김효진입니다. 2013년에 네이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서 백신과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 양약의 폐해를 주장, 설파하며 카페 회원수가 무려 5만 5천 명에 이르렀었죠. 주소는 http://cafe.naver.com/sahlimchildcare 입니다.
김효진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가 되어 경상북도 경산에 한의원을 차렸다가 대구로 옮겨 살림한의원이라는 곳을 차렸죠. 지난봄 안아키 카페가 문제가 되고 경찰 조사도 받고 하면서 한의원 문을 닫았다가 장소를 옮겨 다시 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아키의 주장 간단 정리
안아키가 표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약과 양의학은 병을 고치거나 면역성을 키워줄 수 없을 뿐더러, 그렇기는커녕 몸과 건강에 독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안아키의 김효진 원장은 백신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고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투여는 아이의 몸을 독으로 물들이는 행위라고 단정하며 아이가 병이 났을 때 절대로 약을 쓰는 등의 치료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연치유가 안 될 때에는 자신이 처방하는 치료 방법, 가령 화상에는 사흘간 40도의 뜨거운 물에 온수 목욕을 시키고, 상처를 긁는 아토피 아이를 내버려두며, 해독 관장을 해서 병을 치료하고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효진 원장은 과거에 전 국민 수두파티를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수두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수두를 앓게 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앓을 병은 그냥 앓게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둬야 한다는 극단적인 자연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상당히 혹할 만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안아키의 '성공' 비결
엄마란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자기 잘못인 것 같고, 그래서 가슴을 아파합니다. 거기에 한국은 의사들의 과잉진료, 즉 항생제와 각종 약물 과다처방이 OECD 최고 수준입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항생제 처방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를 불러일으키며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안아키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그알에서 인터뷰이로 나온 영국 기자도 말했죠. 불안은 질병과 같아서 전염이 된다구요. 그리고 아이들에 관한 문제라면 그 전염 강도와 속도는 당연히 더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항생제와 백신의 부작용을 몇 백만 배쯤 부풀린 안아키의 논리를 접하고 엄마들은 이제껏 아이들에게 독을 쏟아 부었구나 하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갖게 되고, 세상 모든 병이 똑같지 않을진대 약 써서 하루 만에 나을 병을 약 안 써서 이틀 만에 나으면 어느 편이 낫겠느냐는 해괴한 논리에 열광하게 된 것입니다.
안아키의 활동, 맘닥터들
서양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양의학뿐 아니라 한의학과 대체의학도 많이 실천하며 자라죠. 사실 안아키가 아니라고 해도 대체의학이나 한의학이 몸을 좀 더 보하며 병을 고친다는 믿음은 아직도 많이 퍼져 있습니다.
이런 신념으로 커다랗게 세를 키운 안아키 카페, 김효진 원장은 회원들 중에서도 열성적인 엄마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쳐 이른바 '맘닥터'라는 사람들을 양성하기 시작합니다.
김효진의 신념과 특정 병에 대한 치료방법 등을 숙지하고서 시험에 통과해 맘닥터가 된 엄마들은 아이들의 병에 대해 상담을 해오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전문가도 아니면서 위험천만한 조언과 처방을 내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냥 내버려두어서 차도가 없을 경우에 쓰라며 김효진 원장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판촉사원으로 나서기까지 합니다. 이에 대해 그알 인터뷰에서 김효진 원장은 아무래도 자기 도움을 많이 받은 엄마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품 판매에 자발적으로 나서줬을 뿐이지, 자신이 시킨 일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알에서 한 맘닥터 출신의 엄마는 자기도 모르는 새 영업사원이 되어 있었으며, 알지도 못하면서 아픈 아이를 둔 다른 엄마들에게 김효진 원장이 말한 대로 처방을 내리고 아이들이 더 아파지는 것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엄마들의 눈물
그알에서는 안아키의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우고 아토피 같은 심각한 질환에 대처하다가 거의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엄마들의 사연이 방송을 탔습니다.
안아키의 주장대로 아이를 방치하다가 아이가 뇌성마비 등 중증장애를 입는 경우, 아토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피부가 고목나무처럼 되어버린 아이, 걸을 수 없게 된 아이 등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아이들을 보니 기가 턱 막히고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시청자들이 봐도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벌이는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는데, 안아키를 맹신하다가 아이를 더 아프게 만들어버린 엄마들의 눈물은 어째야 하나요? 이에 대해 김효진 원장은 그알 인터뷰에서 자신은 선택권을 준 것뿐이고 그걸 선택해서 행동에 옮기는 건 각자 개인의 능력 문제라는 기도 차지 않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안아키의 주장이 대부분 황당무계한 이유
물론 항생제와 백신의 오남용은 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에서도 항생제 오남용이 굉장히 심한 편에 속한 나라인 것도 사실이구요.
또 병이란 저절로 자기치유가 되기도 하고 꼭 양약만이 아니라 우리가 대체의학이라고 하는 방법에 따라서 치유되는 일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병을 방치해서 낫게 해서 면역력을 높이거나 대체의학 재료와 방법만을 쓰는 것은 항생제 오남용을 뛰어넘는 극단주의입니다.
그알의 인터뷰에서 김효진 원장이 그나마 귀에 들어올 만한 논리 하나라도 내놓을 줄 알았지만,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있다, 화상 치료 사진을 봤는데 그건 정말 너무 이상한 거예요라거나 등 합리적인 근거라고는 눈씻고 1도 찾아볼 수 없는 주장만을 되풀이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독관장은 실제로는 변비 해소의 효과밖에 없으며 오히려 장 내 정상적이고 이로운 균까지 빼내는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숯가루를 먹이면 장에 흡착되어 면역력 저하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화상을 온수로 치유하는 것은 염증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한 의사는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경미한 화상이면 몰라도 3도의 큰 화상을 입었는데 상식적으로 뜨거운 물을 뿌리다니, 이해가 가시나요?
그알에서는 그것을 신념이라고 표현했는데, 신념이란 게 합리적 근거는 1도 없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종교적 맹신을 그알에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겠지요. 극단주의는 주장하는 바의 일부 합리성까지 다 묻어버립니다.
그알의 한 인터뷰이는 안아키 카페에서 조금만 다른 의견을 올려도 집단 댓글 린치를 당한다며, 안아키가 종교적 집단과 흡사하다는 얘기를 했죠.
결국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건강보다 중한 것은 돈
그알은 또 1998년에 영국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가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죠. 김효진 원장 역시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을 하고 다닙니다.
2003년에 영국의 한 기자가 그의 논문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취재를 했습니다. 심지어 웨이크필드는 바이러스학 전문 학자도 아닙니다. 그의 공포 마케팅 결과로 영국은 이제는 멸종되었다고 여겨진 홍역의 창궐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마케팅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웨이크필드의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연구비를 받고 전문분야도 아닌 주제로 논문을 썼고, 의사 자격을 박탈당한 지금도 백신의 폐해에 대해 세계를 돌며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웨이크필드를 폭로한 기자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뭘 팔고 있는지 보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아이의 건강에 관한 문제라면 백퍼센트 돈에 관한 문제라고요. 실제로 김효진 원장은 엄마들이 뭐가 좋겠느냐고 하도 요청을 하니까 몇 가지 필요한 일종의 비상약인 보조제를 팔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고가예요.
그중 유일하게 기소 대상에 오른 것이 능소화인데, 소화제, 즉 약물로 팔았고, 한의원이 아닌 집에서 만들었다는 혐의입니다. 그리고 김효진 원장의 쇼핑몰 제품들은 늘 품절일 정도로 불티나듯 팔리고, 김효진 원장은 제품이 팔리는 것도 엄마들이 현명한 의료 소비자가 되어가는 것이고, 제품을 판촉하는 맘닥터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그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안아키는 어떻게 될까?
김효진 원장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내용으로 나갈 리 없는 그알의 인터뷰에 응한 것도 놀라웠는데, 보다 보니 놀라울 일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정신분석의는 아닙니다만, 소름이 끼칠 정도였던 김효진 원장의 인터뷰에서 김효진 원장은 자신이 하는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유명한 프로에 나와서 얘기를 하면 시청자들이 정말로 설득당할 것이라는 믿음이 보였습니다. 계속되는 단정만 있을 뿐,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는 그녀의 말과 말하는 태도를 보니 이것은 정말이지 광신도의 그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폐쇄되었다가 다시 문을 연 안아키 카페, 그리고 5천여 명의 안아키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아키즘을 열성적으로 실천하다가 아동학대로 고발된 엄마들도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었고, 김효진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 기각되었으며 능소화를 집에서 조제한 혐의만으로 수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큰 아이들도 아니고 말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어른만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렇게 사지로 몰아갈 권리가 누구에게 있습니까? 제발 이 무지의 장막을 걷어치우고 더 이상의 피해 어린이가 나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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