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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영화 특집

할리우드 유명 영화 속 설정 오류와 스토리 구멍들

할리우드 대규모 예산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게는 생각보다 스토리의 구멍이 많은 편입니다. 많은 돈을 들인만큼 최대 규모의 수익을 거둬들여야 하니, 작은 스토리 구멍 하나쯤은 살짝 눈감아 주고 넘어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그 정도가 좀 심각한 것들이 있습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심각한 설정 오류와 스토리상의 구멍들을 모아 봤습니다. 심지어는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일편단심 애정으로 영화를 옹호했던 팬들마저도 포기한 어이없는 스토리 구멍들이죠. 함께 보시겠습니다. (순서는 영화 개봉순입니다!)



 1  이티 (1982)

'트론', '블레이드 러너', '스타트렉' 프랜차이즈에서 최고의 작품 등등이 쏟아져 나왔던 1982년은 사이파이 영화에 기념비적인 해인데요. 거기에다가 '이티'가 나오면서 그간 생각치도 못했던 새로운 사이파이 영역이 개척이 됩니다.


바로 은하수 저 먼먼 곳뿐만 아니라 우리 인근 동네에서도 판타지가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고, 그렇게 'E이티'가 확장시킨 사이파이 시장은 향후 10년 이상 가족 판타지 사이언스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대부흥을 이끌게 되고, 이 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 현재 할리우드 사이파이, 판타지,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의 영화였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에도 엄청난 스토리적인 구멍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바로 영화 '이티'의 가장 아이코닉한 장면이었던 이티와 엘리엇이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입니다. 


▲ 영화 '이티'의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


생각해 보세요. 이티가 자전거를 하늘로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주변 자전거를 포함 여러 대를 동시에 날릴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냥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그저 날아서 우주선에 올라 타면 되는 것 아니냐, 그 정도 능력이 있는데 왜 굳이 꼬마 아이에게 저 멀리 우주에 전화를 걸어달라느니 어쩌고 부탁을 해야 하는지, 이건 정말 이해가 안되는 스토리 구멍인데요.



사실 이런 스토리상의 구멍이 생긴 이유는 원래 '이티'의 엔딩은 이티가 정부 요원들에게 잡혀서 죽음을 맞이하는 새드 엔딩이었는데, 사전 시사회 과정에서 관객들이 '이티'가 좀 더 가족적인 영화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많아서, 이티가 우주인 동료들과 다시 조우하는 스토리로 변경하면서 그 유명한 하늘을 나는 자전가 장면이 급히 추가되면서 만들어진 해프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 상징적인 장면 덕분에 '이티'는 최고의 감동과 최고의 흥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장면을 자신의 영화사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로고에까지 사용하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다 좋게 좋게 잘 풀린, 그저 사소한(?) 스토리 큰 구멍 하나였을 뿐이겠네요. 



 2  터미네이터 2 (1991)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는 여러가지 최고의 명장면으로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적에서 아군으로 변신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T-800이 시간이동 장치를 통과해서 현재의 시간에 도착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슈퍼히어로 랜딩에다가 올 누드까지 이래저래 최고의 볼거리였는데요. 


하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T-800이야 그렇다 쳐도, 로버트 패트릭이 분한 T-1000이 타임머신을 통과해서 T-800을 쫓아 과거로 왔다는 것은 설정상의 아주 큰 오류입니다.  


왜냐하면 카일 리스의 증언에 따르면, 시간이동장치는 생명체 이외에는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계인 T-800은 기계 내부에 특수배양된 인간의 생체 조직으로 감싼 상태로 시간이동장치를 통과했고, 옷이나 무기 등의 무생물은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체로 도착하는 장면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 '터미네이터 2' T-800의 도착 장면


하지만 T-800은 생체 조직을 지니고 있는 기계라지만, T-1000은 전체가 액체금속이라 생체조직 부분이 전혀 없음에도 멀쩡하게 시간이동장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이런 스토리상의 설정 오류 구멍 때문에 여러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터미네이터 2'의 스토리를 담당했던 각본가들도 이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렇다면 T-1000을 생체 조직으로 덮인 곤충의 고치와 같은 상태로 시간이동장치를 통과하게 한 후 빠르게 부화해서 껍질을 벗고 T-1000의 모습으로 변하는 방식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설정상의 오류를 막는답시고 그런 내용을 선보였다가는 오히려 영화적 흐름에 크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팽배해서 그냥 T-1000의 시간이동장치 통과라는 설정상의 오류는 무시하고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알고도 그냥 배째라 무시한 스토리상의 구멍이었죠.


▲ 알고도 무시한 '터미네이터 2' T-1000의 시간이동장치 통과 스토리 구멍



 3  아마겟돈 (1998)

마이클 베이 감독은 자질구레한 설정 따위는 통크게 무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아마겟돈'은 그 중에서도 스토리상의 구멍들이 그냥 아주 풍년이었던 작품으로도 오명이 높습니다.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지구에 돌진하는데 그걸 막기 위한 시간이 겨우 18일 밖에 없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시속 35,000킬로미터로 이동 중인 행성에 착륙해서 250미터 깊이의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넣고 폭파시켜 둘로 쪼개는 방법이라는 것 등등 모든 스토리가 거의 다 막무가내식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구멍은 도대체 왜 우주 조종사들을 행성에 보내지 않고,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유정 굴착 전문가들을 미션에 투입시켰느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어진 시간은 단 며칠 뿐인데, 누가 생각해도 우주 조종사들에게 굴착 방법을 가르쳐서 보내는 것이 쉽지, 유정 굴착 전문가들에게 우주 비행선 조종을 가르쳐서 우주로 보내는 것이 어떻게 더 나은 방법이냐는 의문이었고, 실제로 주연 배우인 벤 애플렉은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그저 묵묵부답으로 질문 자체를 금기시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였다고 하네요. 대다한 마이클 베이에요.



 4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6)

2016년 배트맨과 슈퍼맨이라는 DC 코믹스 최고의 두 슈퍼히어로가 사생결단의 결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슈퍼히어로는 어머니 이름이 마사(Martha)로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급작스럽게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적에게 붙잡혀 있던 슈퍼맨의 어머니 마사를 배트맨이 구하게 되죠.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이 도무지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와 같은 스토리상의 큰 구멍은 변명이 없지는 않습니다. 슈퍼맨이 배트맨과의 싸움 이전에 마사를 구하려는 시도를 하려 했지만, 그러나 어머니를 우선시 해서 지구를 남몰라라 할 수 없는 슈퍼히어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희대의 동명이인 마사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감독이든 제작자든, 그 어떤 해명이나 변명에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와 같은 마사 동명이인 스토리 구멍을 이해하는 팬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마도 역대 그 어떤 영화를 통털어서라도 가장 황당한,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스토리 구멍이 아닐까 싶네요. 



 5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영화 스토리의 구멍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에도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매 작품마다 하나씩은 구멍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우선 '스파이더맨: 홈커밍'입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시작은 추후 메인 빌런 벌처로 활약할 에드리안 툼즈가 '어벤져스'에서의 뉴욕 침공 사태 수습 현장에서 치타우리 족들이 남긴 외계 테크놀로지 무기를 빼돌리는 장면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 후 8년의 시간이 흘러 피터 파커의 등장 부분으로 넘어가죠.


▲ '어벤져스' 뉴욕 침공 8년 후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하지만 피터 파커의 등장 부분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의 베를린 전투 장면 직후입니다. 그럼 시간대가 이상해집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2016년의 일인데, 벌처의 시간대는 2012년 '어벤져스'로부터 8년 후인 2020년, 도대체 4년의 시간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혹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시간대가 2016년이 아닌 2020년이었던 것일까요? 그것도 말이 안됩니다. 이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부터 '토르: 라그나로크',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아직 2020년의 시간대는 오지도 않았으니까요. 명백히 마블의 크나큰 스토리 구멍입니다. 



 6  토르: 라그나로크 (2017)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비로소 그 막강한 위력이 낱낱이 공개된 타노스의 인피니티 건틀렛은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의 등장은 꽤 오래 전부터였습니다. 


2011년 개봉했던 '토르: 천둥의 신'의 영화 초반, 고대 겨울의 상자의 강탈을 시도하던 서리거인들이 디스트로이어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서 슬쩍 비치듯 등장한 이후, 지난 2015년 개봉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쿠키 영상에서 타노스에 의해 등장을 했고, 그리고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아스가르드를 장악한 헬라가 오딘의 보물창고로에서 가짜라며 밀쳐 버리는 장면에서 또 등장합니다. 


▲ '토르: 라그나로크' 가짜 인피니티 건틀렛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면 타노스는 니다벨리르를 쳐들어가 그때서야 비로소 인피니트 건틀렛을 완성하지만, 그러나 위에서도 얘기했듯 인피니티 건틀렛은 이미 아스가르드에 가짜가 보관되어 있었고, 마블은 가짜 인피니티 건틀렛은 오딘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용도였다고 설명을 하지만, 그렇다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했던 인피니티 건틀렛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마블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토르: 라그나로크'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설명하면서 해명을 하지만, 근데 다른 상황과는 달리 인피니티 건틀렛에 있어서만은 가짜에서부터 타임라인까지 그 철저했던 마블이 뭔가 스토리 구멍을 저질러 놓고 수습하기 위해 상황을 나중에 만드는듯한 느낌적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 '토르: 천둥의 신'의 가짜 인피니티 건틀렛 (위)



 7  앤트맨과 와스프 (2018)

'앤트맨'과 '앤트맨과 와스프' 모두 대단히 재기 넘치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하지만 가끔은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기준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스토리상의 구멍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축소된 물체의 질량 보존의 법칙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죠.


닥터 행크 핌 주장에 따르면, 생물체이든 무생물체이든 축소가 된다는 것은 원자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무게와 질량은 동일하게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크기만 줄었을 뿐, 무게와 질량이 동일하기 때문에, 앤트맨이나 옐로우 재킷이 그 작은 크기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개미 한 마리가 수트까지 장착한 성인 남자 스콧 랭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는지, 행크 핌 박사는 몇십 톤이 넘는 탱크를 축소시킨 열쇠고리를 어떻게 들고 다니는 것인지,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아예 빌딩 한 채를 축소시켜서 여행 가방처럼 들고 다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앤트맨' 탱크 열쇠 고리 (왼쪽 아래), '앤트맨과 와스프' 축소 빌딩 (오른쪽 아래)


아울러 2018년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마이클 페나가 분한 캐릭터인 루이스가 에반젤린 릴리가 연기하는 호프 반 다인과 함께 밴을 타고 가다 소니 버치 일당을 피해 밴을 탄 채로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도 설정상의 큰 구멍입니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무생물체인 밴과 수트를 입고 있는 호프 반 다인만 정상적으로 축소가 되고 루이스는 제대로 된 축소가 아닌 끔찍한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앤트맨' 개봉 당시 설정했던 이론이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전부 다 무시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이야 팬심으로 보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치밀함을 추구했던 마블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설정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이 '앤트맨' 시리즈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근데,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오류나 구멍은 전혀 거슬리지 않는 것도 사실인데, 그게 바로 마블의 힘이자 설득력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 


▲ 루이스가 타고 있는 상태에서도 차를 축소시키는 호프 반 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