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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슈퍼히어로 특집

워머신, 헐크 말고도 이렇게나 많았어? 배우가 바뀐 마블 캐릭터 7

올해로 10년의 역사를 맞이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스토리 상의 유기성으로 크든 작든 여러 편의 또 다른 마블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빈번한데요. 


하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마블의 영화들을 거쳐 간 배우들이 전부 다 무탈하게 한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고, 대표적으로 워머신/제임스 로드 중령이나 헐크와 같은 배우들은 마블과의 계약 문제로 다른 배우로 교체가 되기도 했는데요. 


근데, 워머신, 헐크 말고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배우가 교체된 사례는 더 많았습니다. 어떤 제각각의 사정과 이유로 마블의 대표적인 캐릭터의 배우가 바뀌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함께 보실게요. 



 1  워머신

아주 유명한 마블의 배우 교체 스캔들이었죠.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던 워 머신/제임스 로드 중령 역의 배우 테렌스 하워드는 속편 '아이언맨 2'에서 느닷없이 돈 치들로 바뀝니다. 2008년 '아이언맨' 출연 당시 이제 막 약물중독에서 재기하는 배우여서 헐값에 계약이 가능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 2'에서 전작보다 20배 상승한 1,000만 달러 (112억)의 출연료에 재계약을 하는 것을 두고, 로다주보다 많은 돈을 요구했다 돈 한 푼 못 건지고 아예 배역에서 짤린 경우입니다.  



사실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 제작 당시 영화 제작 초보였던지라 450만 달러 (한화 약 50억)의 테렌스 하워드와 출연 계약은 잘못한 점이 없지 않았고, 속편에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입니다만, 어쨌든 1편에서 로다주보다 아홉  배의 출연료를 받았으나 2편에서는 오히려 삭감된 출연료를 제시하는 마블에 화가 난 테렌스 하워드는 화를 내다 돈 치들로 교체가 되고 말았고, MCU에서의 낙마 이후 영화에서의 활약보다는 오히려 TV 드라마 '엠파이어'에서의 활약이 돋보일 정도로 빅 스크린에서 난항을 겪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마블 스튜디오 전 CEO인 아이작 펄머터가 흑인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까 배우를 바꾼다고 해도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고, 테렌스 하워드는 지금도 마블이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을 다시 고용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하고 다니는 등 참으로 고약했던 일화입니다. 


▲ 테렌스 하워드 제임스 로디 중령(위), 돈 치들 워머신(아래)



 2  헐크

에드워드 노튼은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에서부터 '파이트 클럽', '버드맨'까지 동세대 배우들 중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최고의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였고, 그런 이유로 마블은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의 헐크로 에드워드 노튼을 전격 캐스팅합니다. 에드워드 노튼만큼 이중인격 연기에 탁월한 배우가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헐크가 등장하게 될 차기작인 2012년 영화 '어벤져스'에서 헐크를 맡은 배우는 에드워드 노튼이 아닌 마크 러팔로로 교체가 되는데요. 교체 이유는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마블이 그리고자 했던 헐크의 모습이 에드워드 노튼이 생각하는 정교한 각본과 좀 더 이중인격적인 내면을 담은 작품이 아니었기에, 에드워드 노튼이 스스로 하차 의향을 표하며 친구 마크 러팔로를 추천하며 MCU를 떠난 것입니다. 



또한 이와 관련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헐크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요. 원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반기인 페이즈 2까지만 해도 헐크의 목소리는 배우 본인이 직접 맡지 않고 1970년대 TV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헐크를 연기했던 배우 루 페리그노가 더빙을 했는데,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부터는 마크 러팔로가 직접 헐크와 브루스 배너의 연기와 목소리를 모두를 맡는 것으로 일원화가 됩니다. 아마도 마블은 이 때부터 헐크와 브루스 배너의 인격이 하나로 합쳐지는 '프로페셔 헐크'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어요.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헐크 목소리를 맡았던 배우 루 페리그노 (아래)



 3  팬드럴

비록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다소 뜻밖의 전개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팬드럴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아스가르드 신화에서 꽤 의미있는 캐릭터였는데요. 하지만 '토르: 천둥의 신'에서 맨 처음 팬드럴 역을 맡았던 배우 조시 댈러스는 시리즈 2편인 '토르: 다크 월드'부터 재커리 레비로 바뀌게 됩니다. 그 과정이 꽤 재미있습니다.


애초 '토르: 천둥의 신'부터 팬드럴 역은 재커리 레비가 맡기로 했지만, 당시 NBC 드라마 '척'이 인기가 높아지며 13화에서 19화로 시즌 에피소드가 연장되며 '척'의 주연 배우였던 재커리 레비는 팬드럴을 맡을 수 없었고, 그 자리를 대신한 배우가 ABC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조시 댈러스였습니다. 


하지만 '토르: 다크 월드' 촬영 시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조시 댈러스가 ABC와의 방송 계약에 따라 '토르: 다크 월드' 출연이 일정상 불가능했는데, 마침 '척'의 시청률 하락으로 일정이 생긴 재커리 레비가 조시 댈러스를 대신해서 '토르: 다크 월드'와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팬드럴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게 된 것이랍니다. 



 4  하워드 스타크

지난 2011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퍼스트 어벤져'에서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이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창업자인 하워드 스타크 역을 맡았던 배우는 도미닉 쿠퍼였습니다. 


하지만 도미닉 쿠퍼는 2009년 '아이언맨 2'와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했던 하워드 스타크 역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였을 뿐입니다. '아이언맨 2'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하워드 스타크 역은 미드 '매드맨'으로 유명한 배우 존 슬래터리가 맡았죠. 특수 분장이나 CG로 젊은 시절의 하워드 스타크로 변신시키느니 아예 그냥 대놓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젊은 배우를 고용해버린 마블이었죠.



근데, 더 파고 들어가면 도미닉 쿠퍼는 존 슬래터리에 이은 두 번째 하워드 스타크도 아닌 세 번째 하워드 스타크였다고 합니다. 2008년 '아이언맨' 초반부에서 사진으로만 등장했던 하워드 스타크는 존 슬래터리도 아닌 제라드 샌더스라는 다소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거든요.


정리하자면, 원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작 당시 하워드 스타크 역은 제라드 샌더스가 맡기로 했는데, 하워드 스타크라는 배역이 윈터 솔져에게 목숨을 잃는 예고된 단명 캐릭터라는 이유로 제라드 샌더스가 사진으로만 출연하고 이후 실제 출연은 포기했고, 그 자리를 존 슬래터리가 차지했고, 젊은 시절 하워드 스타크 역은 다른 배우를 고용했던 것이랍니다. 


▲ 2008년 '아이언맨'에 하워드 스타크로 출연했던 또 다른 배우 제라드 샌더스



 5  그루트

그루트의 경우에는 목소리 더빙을 맡은 빈 디젤은 그대로 가고 모션 캡처 배우가 바뀐 경우입니다. 2014년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인 그루트의 모셥 캡처는 크리스티안 고드레브스키라는 배우가 맡았지만,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모션 캡처 전문 배우인 태리 노터리로 배우가 교체되었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모션 캡처를 맡았던 배우 크리스티안 고드레브스키는 180cm 중후반의 키로 성인 그루트 연기에는 적당했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청소년 그루트에는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과 이질감이 있었고, 그래서 170cm 키의 태리 노터리에게 청소년 그루트의 모션 캡처를 맡기는 것으로 배우를 교체한 것인데요. (참고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꼬마 그루트는 모두 CG로 처리했습니다.)



근데, 사실 그루트의 키 문제도 있었지만, 태리 노터리가 그간 맡아 왔던 모션 캡처 배역인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에서의 유인원 로켓,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그롬마쉬 헬스크림,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의 킹콩 등을 떠올려 보면 모션 캡처 배우 교체는 키 문제도 있었지만, 마블이 향후 그루트의 MCU에서의 활약상을 고려 보다 전문성이 뛰어난 배우를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듯 합니다. 

▲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오갤 1'의 크리스티안 고드레브스키, '가오갤 2' CG 그루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청소년 그루트의 테리 노터리




 6  타노스

케빈 페이기가 그간 마블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세심하게 다 계획하고 준비했음을 수차례 강조를 했지만, 그럼에도 타노스 역의 배우 조쉬 브롤린을 캐스팅한 것은 지난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때가 처음이었고, 2년 전 2012년 '어벤져스'의 쿠키 영상에 등장했던 타노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크로스본즈의 용병 중 1인으로 등장했던 배우이자 스턴트 맨 데미언 포이티어가 맡았습니다. 



대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1초 가량 잠시 뒤돌아서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 되는 역할이었기에, 타노스의 턱과 가장 비슷한 얼굴형의 배우를 골라 보라색 분장을 시킨, 그냥 알바를 고용했다고 보시면 될 듯 한데요. 실제로 데미언 포이티어는 지금의 타노스 배우인 조쉬 브롤린과 인종까지 다른 흑인배우였답니다. 


▲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어벤져스', '가오갤 1',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



 7  레드 스컬

2018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여러 장면에서 충격과 반전을 보여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뜻밖이었던 장면 중의 하나가 바로 소울 스톤의 행방을 찾아 나선 타노스가 맞닥뜨린 존재가 바로 레드 스컬이었다는 사실이었죠. 


근데 그거 아시나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등장했던 레드 스컬은 지난 2011년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했던 레드 스컬 배우 휴고 리빙이 아닌 미드 '워킹 데드'에서 애론 역을 맡고 있는 로스 마르콴드로 바뀌었답니다. 



이유는 휴고 리빙이 출연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스미스 요원에서부터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엘론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메가트론 등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배우였던 휴고 리빙은 애시당초 레드 스컬이라는 캐릭터가 맘에 들지 않았던 관계로 '퍼스트 어벤져' 이후 레드 스컬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마블은 휴고 리빙을 설득하기보다는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의 레드 스컬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레드 스컬이 소울 스톤의 안내자로 살아 가고 있었던 보르미르 행성의 어두컴컴한 배경도 한몫 했고, 거기에 빨간 분장을 얼굴에 덕지덕지하고 후드까지 입고 있었던 관계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아무런 문제없이 잘 넘어갔다고 하네요. 얍삭한 마블이죠. ^^


▲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퍼스트 어벤져' 요한 슈미트, '퍼스트 어벤져' 레드 스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레드 스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