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슈퍼히어로 특집

알고나면 소름돋는 마블 영화 속 치밀한 디테일들

마블은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2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이며, 그 모든 작품을 정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연결시켜 왔는데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스토리적인 유기성 말고도 각각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작은 소품 하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면 하나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여 온 것인데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 동안 여러 작품에서 등장했던 놀라운 디테일들 중 재미난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봤습니다. '알고보면 소름돋는 마블 영화 속 치밀한 디테일들' 함께 보실게요. (순서는 영화 개봉일 순입니다)



 1  아이언맨 2 (2010)

2018년 마블도 놀란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던 '블랙 팬서'는 박스 오피스 평정 기념으로 지난 2018년 2월 이른바 '마블 빅피처'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블랙 팬서'가 이미 '아이언맨 2'부터 기획된 마블의 빅픽처였다는 사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우선 지난 2010년 4월 개봉한 '아이언맨 2'에서는 토니 스타크와 니 퓨리의 대화 중 뒤로 보이는 디지털 맵에 아프리카 와칸다 왕국이 표시되어 있는 장면이 있었고 (위 사진), 2011년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와칸다 왕국에서만 생산되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공개됐으며,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브루스 배너의 입을 통해 와칸다라는 나라 이름이 언급됐고, 메인 빌런 울트론에게 비브라늄을 판매했던 자가 바로 율리시스 클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마블은 이렇게 다년 간에 걸쳐 '블랙 팬서'에 대한 단서를 숨겨 놓는 디테일로 빅픽처를 그려왔던 것입니다. 



 2  어벤져스 (2012)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 마지막 부분에서 핵폭탄을 우주에서 처리하고 뉴욕으로 떨어진 아이언맨은 어벤져스가 승리를 했다는 캡틴의 말에 안도하며 특유의 건들건들한 톤으로 두 블럭만 가면 슈와마라는 것을 잘 하는 식당이 있다는데, 자기도 안먹어봤지만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건넵니다. 


그리고 실제로 DVD, 블루레이 등에서는 두 번째 쿠키 영상을 통해 어벤져스 멤버들이 모여서 슈와마를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마블은 그냥 토니 스타크의 대사를 통해서만 처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슈와마 식당을 뉴욕 전투 장면에서 스치듯 보여주는 디테일을 숨겨놓았습니다. 심지어 국내 개봉 때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슈와마 쿠키 영상인데, 아주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블의 디테일이 새삼 놀랍네요.



 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2014년 3월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캡틴과 샘 윌슨이 워싱턴에서 조깅 후에 만나던 장면에서 등장했던 스티브 로저스의 메모 노트는 각 나라별로 내용이 서로 상이하다고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제작진은 2차 세계 대전 도중 냉동인간이 되어 몇 십년 후에 해동되어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의 시대 간극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된 메모북의 내용을 위해 인터넷 캠페인을 열어 전 세계 네티즌의 의견을 취합했고, '태국 음식 (Thai Food), '스타워즈/스타트렉(Star Wars/Trek)', '너바나 (Nirvana)', 'Rocky', '트러블맨 (사운드트랙)' 다섯 개의 필수 요소에 각 나라별 특징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1위에서 5위까지 보태 상이한 내용을 극장에서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예컨데, 영국에서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과 '비틀즈', 호주에서는 호주를 대표하는 밴드 AC/DC가, 러시아에서는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이,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사탕 추파춥스가, 독일에서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프랑스에서는 뤽 베송의 영화 '제5원소',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락실 게임 '댄스 댄스 레볼루션'과 '박지성', '올드보이', '2002 월드컵'이 극장 상영본에서 캡틴의 노트 내용으로 등장했다고 합니다. 정말 소름돋는 디테일이네요.



 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초반부에서 노바 제국의 수도 잔다르 행성에서 오브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다 경찰 노바 군단에게 체포되어 킬른 감옥에 투옥되었던 가오갤 멤버들의 노란색 죄수복에는 바코드 같은 것이 그려져 있는데요.


가오갤 멤버들의 왼쪽 다리에 그려져 있는 이 바코드 문양은 투옥된 죄수들이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를 나타내는 문양이라고 합니다. 강도, 사기, 범죄 공모 등의 죄목으로 투옥된 잡범 피터 퀼이 가장 문양이 짧고, 금전을 목적으로 한 불법 행위, 심각한 상해, 방화, 탈옥 등의 죄명으로 투옥된 로켓 라쿤과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던 가모라는 바코드 문양이 상당히 길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하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대형 시계를 장식하고 있는 보자르 양식의 조각 장식은, 시계를 감싸는 'THE BATTLE OF NEW YORK (뉴욕 전투)'라는 문구와 함께 '어벤져스'에서의 뉴욕 전투 때 죽어간 소방관들과 경찰, 군인들의 동상으로 변경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정교한 디테일이죠.



 6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②

사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대형 시계 장식보다 더 소름돋는 디테일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울트론에게 분열되어 어벤져스들이 호크아이의 시골집으로 모였을 때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가 장작을 패던 장면입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어벤져스를 분열시키려 드는 울트론을 만든 토니 스타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토니 스타크는 그게 바로 울트론의 의도라고 맞서며 연구중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고였을 뿐이라며 애들처럼 말싸움을 하는데, 그 때 가만히 스티브 로저스의 도끼와 토니 스타크의 도끼를 보면 도끼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로저스가 사용한 도끼는 시골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구식 도끼이지만, 토니 스타크가 휘두른 도끼는 첨단 소재로 만든듯한 아주 새끈한 도끼날에, 심지어 도끼봉은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빨간색입니다. 


그냥 처음 방문한 낯선 시골집에서 아무 도끼나 집어서 장작이나 패며 대화를 시도하려는 장면에서 이처럼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 본연의 성격과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하는 소품으로 도끼마저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마블의 디테일, 정말 소름돋지 않나요?



 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2017)

2017년 5월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도입부에서 커트 러셀이 분한 에고가 피터 퀼의 엄마 아이샤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던 자동차의 칼라와 문양은 가오갤 멤버들의 주력 이동수단으로 등장하는 스타로드의 우주선 밀라노의 칼라와 문양과 동일합니다. 부자가 은연중에 우주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디테일이죠.



 8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①

2017년 7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의 구형 아이폰 3GS는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의 몸을 사리지 않는 각종 사건 사고와 함께 조금씩 전면 유리 상처가 커져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왼쪽 상단부에 스크래치 하나 있던 폰이, 마지막 전투를 끝내고 해피의 문자를 받을 당시에는 거의 완파 수준으로 전면 유리가 크게 깨져 있네요. 미친 마블의 디테일!



 9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②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의 학교 체육 시간에 젠다야 콜맨이 분한 미쉘이 읽고 있는 책 '인간의 굴레'는 그냥 아무 책이나 가져다 놓은 소품이 아닙니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이 제1차 세계대전이 반발하기 직전에 완성한 장편 소설 '인간의 굴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아홉 살 소년 필립 캐리가 숙모 루이자와 삼촌 윌리엄 캐리와 함께 사는 내용으로 시작되는데요. 이 장면은 어린 시절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부모 대신 메이 숙모와 함께 사는 '스파이더맨" 홈커밍' 속 피터 파커의 처지를 그대로 빗댄 소품 선택이죠. 



 10  블랙 팬서 (2018)

마블은 지난 2008년 '아이언맨'에서부터 코믹스 책을 넘기는듯한 마블 고유의 영화 도입부 로고 인트로를 선보인 이후,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 마이클 지아키노가 작곡한 로고송이 들어간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며, 영화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며 지금까지 유지를 해오고 있는데요. 


근데 가만 보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슈퍼히어로 등장인물들이 지나갈 때 영어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그냥 아무 문장이나 적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각 캐릭터들이 등장한 작품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사를 적은 것입니다. 2018년 개봉작 '블랙 팬서'의 오프닝 로고에서 살펴보면요.


예를 들어 닉 퓨리의 경우에는 2012년 '어벤져스'에서 콜슨 요원 사망 후 닉 퓨리가 어벤져스 팀원들을 재규합할 때 한 말인 "The idea was to bring together group of remarkable people to see if they could become something more. (남다른 능력을 가진 자들이 모여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라면서...)"라는 대사였고, 아이언맨의 경우에는 2008년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대사 "I am Iron Man. (내가 아이언맨입니다)"이며, 헐크는 '어벤져스' 뉴욕 전투 때 지금 헐크로 변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캡틴에게 브루스 배너가 했던 말인 "That’s my secret, Captain... I’m always angry. (그게 내 비밀이에요. 항상 화가 나 있죠.)"입니다. 



아울러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에서 호크아이의 세뇌를 풀고 대화를 나눌 때 했던 대사인 "I've got red in my ledger. (난 그저 손에 묻은 피를 씻으려는 거야)", 그루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추락 중인 로난의 우주선 내부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가오갤 팀원을 보호하면서 하는 마지막 말 "We are Groot (우리는 그루트다)", 캡틴 아메리카는 '퍼스트 어벤져'에서 약체 시절 불량배한테 맞으며 밀리면서도 계속 덤비면서 하는 말이자, 이후에도 캡틴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 "I could do this all day.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스타로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어떻게 인피니티 스톤을 잡고도 멀쩡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인 "We're the Guardians of the Galaxy. (우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야)"라는 대사입니다. 정말 작은 디테일 하나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 마블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