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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슈퍼히어로 특집

'스포주의', 아쉽지만 눈에 띄는 '아쿠아맨' 옥에 티

제임스 완 감독의 '아쿠아맨'은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새로운 활로가 될만큼 충분히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간의 괜한 기대였다싶었던 DC의 여타 작품들과는 다른 그 무엇들이 적재적소에 배치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부분에서는 고개를 저어봄직한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이른바 '옥에 티'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들이죠. 어떤 부분들이 그런 옥에 티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 함께 알아보실게요. (당연히 영화 '아쿠아맨'의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1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슈퍼히어로

극 초반 장면인데요. 아쿠아맨/아서 커리가 러시아 잠수함 사고를 슈퍼히어로적으로 수습하고 아버지를 만나 남자들끼리 맥주를 거하게 들이키는 장면이 나오고, 일단의 폭주족들과 얽히는 반전이 섞인 장면이 뒤따르죠. 


문제는 그 뒤입니다. 아무리 슈퍼히어로라고 해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음주운전이 이어집니다. 직전 폭주족들과의 장면에서 보면 취기가 없어 보이지는 않았던 아서 커리였는데도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메타 휴먼이라고 해도 13세 미만에서만 보호자 동반이 요구되는 등급의 영화에서 너무 슬쩍 넘어가는 음주운전 방조 장면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2  과도한 메라의 섹스 어필

앰버 허드가 분한 '아쿠아맨'의 메라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기승전메라', 앰버 허드의 메라 때문에 재관람 생각까지 들 정도니까요. 앰버 허드의 메라는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잠시 등장을 했지만, '아쿠아맨'에서 새로운 코스튬과 더욱 예뻐진 모습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장면 장면은 정말 여신이 따로 없을 정도의 미모와 섹시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그런 메라의 모습이 물만난 고기였다 싶었는지 다소 과도하게 섹시함을 어필하려고 카메라워킹을 사용하는 장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수영 장면에서 메라의 엉덩이에 좀 과하다싶게 빛이 집중되고, 원작에 충실했다고는 해도 '저스티스 리그'에서 등장했던 코스튬에 비해 눈에 띄게 맨살을 많이 드러내는 코스튬도 그렇습니다. 작정하고 비판하려 든다면 피할 수 없는 의도가 분명했죠. 물론 역효과는 없었고, 물만난 고기 앰버 허드의 메라의 매력은 더할나위 없이 뿜뿜이었지만요. ^^


▲ '저스티스 리그'에서의 메라 (위), 원작 코믹스 속 메라와 '아쿠아맨' 메라 (아래)



 3  어이없는 내구성의 아틀란티스 병사들의 아모

극 초반부 아틀라나 여왕을 잡으러 온 옴 왕의 백색의 아모로 무장한 병사들은 어쩌면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에 대한 오마주일런지도 모릅니다만, 그러나 바다 속 왕국 아틀란티스라는 설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가슴과 헬멧 내부를 물로 채워 물 속에서 숨을 쉰다는 설정은 너무도 비효율적이고 엉망에 가까운 내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라만 봐도 그런 헬멧 없이도 육지에서 잘도 숨을 쉽니다!)


그런 이유로 백색의 아모로 무장한 병사들은 전투 도중 헬멧이 손상을 당하게 되면 마치 물 바깥으로 튕겨져 나온 물고기처럼 숨을 쉬지 못 해 헉헉대곤 합니다. 심지어는 변기 속의 물을 발견하고 살았다 싶어 얼굴을 파묻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코믹 설정까지 가세하면서요.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톰 트루퍼들에 비해 디자인도 엉망이지만 내구성 역시 완전히 쓸모 없는 아모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ㅠㅠ



 4  물대포로 아틀란티스를 지킨다고?

극 중반 메라가 아서 커리/아쿠아맨을 아틀란티스로 몰래 잠입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환상적인 바다 속 장면이 펼쳐지는 꽤 수준급의 볼거리가 펼쳐집니다만, 그러나 구구절절 설명이 다소 옥에 티입니다. 


확연하게 '토르' 시리즈의 바이프로스트를 그대로 옮긴 게이트웨이 브릿지에 대한 설명도 구구절절이지만, 게이트웨이 브릿지를 통과하지 않고 그냥 장벽을 넘어서 잠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아서 커리의 의문에 대한 메라의 대답은 아주 궁색맞습니다. 


하이드로 캐논, 다시 말해서, 일종의 아틀란티스 버전의 강력한 물대포가 장벽을 지키고 있어서 담을 넘는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아서 커리의 의문에 대한 메라의 대답이었는데, 그런 설명 자체도 궁색맞았지만, 사실 하이드로 캐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강력할까 설득력도 별로 없었고, 게다가 이런 식의 설명이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하이드로 캐논의 위력을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했어야 했는데 그냥 어리버리 넘어가버렸죠. 쓸데없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은 옥에 티입니다. 



 5  장미꽃을 왜 먹느냐구요?

아틀란티스와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아쿠아맨을 찾아 육지로 온 메라는 아쿠아맨을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세우기 위한 여정에 동행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연신 선보이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 시실리에서의 투지 넘치는 맨몸 액션 장면은 여리여리한 몸매의 메라가 아닌 완벽한 여전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에게서 건네 받은 장미꽃을 왜 먹느냐구요? 메라가 인간이 아닌 다른 세계의 종족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었겠지만 설득력이 너무도 없는 장면이었고, 그걸 또 같이 동조하며 장미꽃잎을 냠냠거리는 아쿠아맨까지 거슬리는 옥에 티였습니다. 좀 더 설득력있는 스토리로 해당 장면을 대체했어야 했습니다.



 6  무너진 건물에 깔린 남자

시실리 장면에서 드러난 어이없는 옥에 티는 또 있습니다. 눈에서 무시무시한 레이저포를 내뿜는 아틀란티스 병사들은 예의 액션 영화가 그렇듯 주변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무너진 건물에 일반인이 다리가 깔려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슈퍼히어로의 싸움에 일반인 피해자가 생기면 당연히 슈퍼히어로가 도움을 줘야죠. 전투 와중에서도 건물 잔해에 다리가 깔린 일반인을 구해준 것은 당연히 아쿠아맨입니다. 인간이 아닌 메타 휴먼 아쿠아맨은 강인한 근육으로 육중한 건물 잔해를 들어 올렸는데, 문제는 다리가 깔려 움직일 수도 없었던 남자입니다. 보통 그 정도면 최소 다리 골절이었을터인데, 남자는 아쿠아맨이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두 다리로 멀쩡하게 뛰어서 가족에게 달려갑니다. "멍미?"하는 느낌이 아주 강한 옥에 티였습니다.



 7  염소 말고 대안은 없었을까?

마찬가지로 염소 장면도 그렇습니다. 아쿠아맨과 메라를 사하라 사막으로 실어나르던 비행기에서 급작스럽게 목표 지점을 포착한 메라와 아쿠아맨이 하늘에서 사막 한 가운데로 낙하산도 없이 맨몸 하강을 하고,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는 염소 장면은 동물조차도 이해가 안간다는 뜻밖의 행동이라는 설정이었겠는데요.


이 장면도 생각을 해보면 참 아쉽습니다. 100%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어쩐지 그냥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아닐까 싶은 설정이었거든요. 동물로 그 정도 장면을 만들었으면 괜찮지 않느냐는 강변만 같았거든요. 마블이라면 과연 이런 장면을 그대로 강행했을까 싶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네요. 옥에 티에요.



 8  블랙 만타의 단검

영화에는 복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블랙 만타의 단검에서 아쉬운 점은 복선입니다. 블랙 만타가 아쿠아맨의 목숨을 노리는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입니다. 돈도 명예도 필요없고 오로지 아쿠아맨의 목숨만이 목표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그런 블랙 만타에게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할아버지의 단검은 복선과 아무런 연관성을 지닐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맙니다. 일어날 사건이나 상황을 미리 암시하는 서사적 장치가 복선이라면 블랙 만타는 아버지의 단검으로 아쿠아맨에게 치명타를 입혀야 복선이 완성될터인데, 하지만 아니죠. 


아틀란티스의 물건이 아닌 그저 인간의 단검은 아쿠아맨의 강철같은 피부에 흠집 하나 남길 수 없고, 블랙 만타의 단검은 등장은 했지만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의문점만 남긴 물건이 되고 맙니다.




 9  빛을 두려워하는 트렌치 종족?

아틀란 왕의 삼지창을 찾기 위한 아쿠아맨과 메라의 긴장감 넘치는 모험의 종반부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쪽수의 해저 괴물들은 트렌치 왕국의 종족들로, 아틀란티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여 년 전에 바다로 가라앉은 후 일곱 개의 왕국으로 나뉘어졌는데, 그 중 트렌치인들은 대서양 수심 8,000피트에서 생활을 하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쿠아맨은 트렌치 종족들의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심해에서 생활하는 트렌치인들은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빛을 두려워한다며 섬광탄을 무기삼아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데요. 


근데, 이게 설정상의 오류라고 할 수도 있는 옥에 티가 여럿입니다. 우선 심해에서 생활을 한다는 트렌치인들이 왜 메라와 아쿠아맨이 승선했던 배가 있는 바다 위까지 올라왔느냐는 의문이고, 그보다도 더한 옥에 티는 심해에서 생활을 하는 트렌치인들은 두 분이 없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눈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빛을 두려워한다는 설정이 가능할까 싶다는 것입니다. 뭐가 보여야 무서워하든 말든 하는 거 아닌가요? 



 10  물고기와 소통을 하는 아쿠아맨인데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옥에 티 하나를 고른다면 아서 커리/아쿠아맨이 물고기와 대화가 가능하다, 물고기와 소통이 가능해서 물고기, 다시 말해 바다 속의 모든 생명체들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런 설정은 어린 아서 커리에서부터 성인 아쿠아맨까지 '아쿠아맨' 영화의 본격적인 전투 이전부터 꾸준하게 이런 저런 장면으로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아쿠아맨이, 심지어는 마지막 옴왕과의 해저 대전투 장면에서는 유일한 아틀란티스의 왕으로서의 증표라는 아틀란왕의 삼지창이 손에 쥐어 파워가 더욱 막강해졌을텐데, 왜 그냥 옴왕의 해저 생물들을 마인드 컨트롤로 조종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삼지창까지 획득한 아쿠아맨이라면 옴왕의 병사들이 타고 다니는 바다 생물들과 대화를 해서 싸움을 멈추고 옴왕의 병사들의 말을 듣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요? 인간들과의 전투라면 모를까, 바다 속의 모든 바다 생명체들을 조종할 수 있는 아틀란티스의 왕인데 왜 굳이 바다 생명체들의 목숨을 앗아가면서까지 그런 소모적인 전투를 벌였어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옥에 티가 되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