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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영화 특집

크리스마스인 듯 크리스마스 아닌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들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정석은 뭐니뭐니해도 '러브 액츄얼리'일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거대 명제 하에 훈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하죠. 


하지만 '나 홀로 집에'와 같은 영화는 어떨까요? 그도 아니면 '아이언맨 3'나 '그렘린'같은 영화들은요? 전자인 '나 홀로 집에'는 변주가 있었더 치더라도 여러 면에서 크리스마스 영화에 속하겠지만, 하지만 후자의 영화들은 논쟁이 없지 않을 수 있겠네요. 


바로 그런 다분히 크리스마스인 듯 크리스마스 아닌 크리스마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이 영화들 중에서 한 편 정도 외로운 영혼들끼리 모여 앉는 것도 어떨까 싶은 생각이기도 한데요.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함께 보시겠습니다요!



 1  키스 키스 뱅뱅 (2005)

1984년 LA 올림픽 데이터 입력이나 할리우드 웨스트우드 극장 좌석 안내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던 22살의 영화학도 셰인 블랙은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해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고, 결국 3년 후 '리썰 웨폰'으로 영화 한 편당 25만 달러 (한화 약 2억 8,000만원)을 받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 이후 셰인 블랙의 할리우드에서의 감독으로서의 활약도 상당한데요. '리썰 웨폰'이 작가로서의 쉐인 블랙의 정점이었다면, 감독으로서 할리우드를 놀래킨 쉐인 블랙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바로 2005년 '키스 키스 뱅뱅'입니다.



'키스 키스 뱅뱅'은 섹스와 살인, 미스테리에 스릴러와 코미디 장르가 혼존하는 분위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발 킬머의 액션이 기상천외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토리의 중심에 크리스마스라는 시공간적 배경과 미쉘 모나한의 아찔한 산타 코스튬까지 거들고 있습니다. 딱히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모저모 아무래도 상당히 크리스마스 영화같은 작품이 바로 '키스 키스 뱅뱅'이죠.


▲ 미쉘 모나한의 아찔한 산타 코스튬 영화 '키스 키스 뱅뱅'



 2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2)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존 윌리엄스 등의 어마어마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조합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내추럴 본 사기꾼의 기질을 지닌 프랭크 애버그네일과 그를 쫓는 FBI 요원 칼 핸러티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줄거리상으로 딱히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하지만 영화 곳곳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는 흠뻑 묻어납니다. 프랭크가 자신을 쫓는 FBI 요원 칼 핸러티에게 크리스마스에 전화를 거는 설정도 그렇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프랭크와 칼의 공방전 하이라이트 역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발생한다는 설정이 그렇습니다. 



16살 나이 때부터 사기행각을 시작해서 20살이 되던 시점에 25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의 위조 수표를 발행했던 사기꾼 프랭크의 외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제작진은 크리스마스라는 설정을 빌어왔고, 그런 설정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영화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의 설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랍니다.


▲ 자신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인물인 칼에게 크리스마스에 전화를 거는 프랭크 (왼쪽 아래)



 3  고스트버스터즈 2 (1989)

1989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2'도 크리스마스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주요 사건들이 크리스마스에서부터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의 클라이맥스까지 이어지는데, 그런 이유로 고스트버스터즈 4인조가 산타클로스 모자를 영화 상영 상당 부분에서 착용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역시 물씬합니다. 


아울러 '고스트버스터즈 2'에는 포인세티아 꽃이 만발한 상점들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뉴욕 택시 등등 크리스마스를 맞은 뉴욕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설정이 유령 퇴치마저 축제의 분위기로 이끄는 '고스트버스터즈' 특유의 활력이 상당합니다. 



 4  가위손 (1990)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영화 '가위손'은 1818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지만, 단순한 각색 이상의 많은 부분이 새롭게 창조가 되었습니다. 


특히 원작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등골이 오싹해질 만한 괴물의 얘기로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했지만, 팀 버튼의 '가위손'은 스토리의 진화에 따라 어두움 속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에드워드의 사랑의 행보를 연인과 사랑, 새하얀 눈과 아름다운 기억이라는 크리스마스적인 설정으로 녹여내는 새로움을 만들어냅니다.


거기에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왜 항상 눈이 내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할머니가 어린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라는 점에서도 '가위손'은 가장 크리스마스적인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팀 버튼 감독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가위손'이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작품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팀 버튼적 상상력



 5  아이언맨 3 (2013)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들의 관점에서는 '아이언맨 3'는 크리스마스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아이언맨' 시리즈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MCU나 슈퍼히어로에 익숙치 않은 단순 할리우드 영화팬들에게 '아이언맨 3'는 꽤나 크리스마스적인 영화가 될법도 합니다. 


'아이언맨 3'는 시간적 배경으로 크리스마스를 중심에 두고 일어난 영화일 뿐더러, 심지어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자녀(?)인 자비스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용 양말까지 준비를 해두었더랬습니다. 



또한 어떤 관점에서 보면 '아이언맨 3'는 찰스 디킨스의 그 유명한 스쿠루지 구두쇠 영감의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캐롤'을 떠올리게 하는 점도 다분합니다. 토니 스타크가 과거의 여자친구라는 유령같은 존재를 통해 현재와 직면하게 되는 상황도 그렇고, 아이언맨으로서의 미래를 새롭게 돌아보게 되는 모든 것을 잃은 상황이나,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의 크리스마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아이언맨 폭죽 파티를 벌이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도 상당히 크리스마스적인 축제 분위기입니다. 오죽하면 국내 방송국에서도 종종 크리스마스에 이 작품을 특선 영화로 틀어주는지를 이해 못할 것도 없죠.


▲ 크리스마스 축제로 대미를 장식하는 '아이언맨 3'



 6  그렘린 (1984)

'그렘린'은 1984년 6월이라는 여름 시즌에 개봉한 영화지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꼬마 괴물들이 온갖 난장판을 벌여대는 모습에서부터, '그린치'라는 마을 이름이 등장하는 것, 영화 중반 피비 케이츠가 분한 케이트 버링거가 털어놓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굴뚝을 청소하러 지붕에 올라갔다 사고로 죽은 아버지 얘기, 대통령 생일이나 추수감사절을 싫어한다고 해서 뭐라 하는 이들은 없지만, 크리스마스를 싫어한다고 한다면 죄다 이상한 정신병자 취급하는 분위기에 대한 얘기 등등 '그렘린'은 여름의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표 주자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렘린'은 어느 순간 코미디에서 어느 순간 호러로 변하는 장르를 종잡을 수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 상당히 제격인 것이죠. 


▲ 여름에 개봉했지만 시공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인 영화 '그렘린'



 7  다이 하드 (1988)

'다이 하드'는 '그렘린'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크리스마스인 듯 크리스마스 아닌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의 쌍두마차입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다이하드'나 '그렘린'과 같은 영화를 두고 크리스마스 영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다이 하드'나 '그렘린'이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입장은, 이런 작품들은 단순히 크리스마스가 배경일 뿐, 전형적인 크리스마스의 미덕인 가족의 가치나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고, 심지어 '다이 하드'의 제작진은 크리스마스라는 설정을 의도적으로 빌어와서 크리스마스 정신에 대한 폄하를 했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존 맥클레인이라는 형사가 별거 상태의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뉴욕에서 LA를 찾았다는 설정이나, '다이하드'가 '그렘린'처럼 여름 시즌에 개봉을 한 크리스마스 배경의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다이 하드'는 어쩐지 상당히 미묘하게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떠올리게 되는 랜드마크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눈처럼 쏟아지는 유리창을 배경으로 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맨발 액션 장면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죠.


어떻게 보면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와 함께 크리스마스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 삼대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다이 하드'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정도면 이제 해묵은 '다이 하드' 크리스마스 논쟁은 접어 두고 크리스마스 영화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킨 공로로 '다이 하드'에 명예 크리스마스 영화상이라도 하나 수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 크리스마스인 듯 크리스마스 아닌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 대표 주자 '다이 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