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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영화 특집

CG가 아니었어? 힘들게 찍은 영화 속 명장면들

할리우드 영화사의 명장면들 중에는 여러 종류의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완벽한 준비 아래 고도로 연출된 최고의 명장면도 있고, 뜻하지 않게 나온 애드립으로 만들어진 명장면도 있을 것이고, 또 한 편으로는 별 거 아닌 장면 같지만 뜻밖에도 힘들게 찍어서 나온 명장면도 있습니다. 


저 멀리 1930년대 최고의 판타지 영화였던 '오즈의 마법사'에서부터 2000년대 '스파이더맨' 슈퍼히어로 영화까지, 나름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사의 명장면들의 탄생 비화 몇 가지를 모았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뜻밖에도 힘들게 찍었으니 알아봐 달라 애걸하는 명장면들이죠. 함께 보실게요. 



 1  오즈의 마법사 (1939)

제1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촬영상, 미술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음악상,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2008년 미국 영화 연구소 선정 10대 판타지 영화 중 1위, 로튼 토마토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위인 빅터 플레밍 감독의 1939년 작 '오즈의 마법사'는 컬러 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고 들면 '오즈의 마법사' 이전에도 컬러 영화는 있었지만,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캔자스 장면은 세피아톤의 흑백 화면이었다가 도로시가 오즈의 문을 여는 순간 나오는 장면이 컬러로 바뀌는 장면이 너무 잘 먹혀서 '오즈의 마법사'의 컬러 화면 촬영은 할리우드 영화 역사의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오랫 동안 기억이 되고 있습니다. 


▲ 컬러 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영화 '오즈의 마법사'


근데, 별 거 아니었을 것 같은 이 컬러 화면 촬영이 사실 배우들에게는 엄청난 고난의 행군이었다고 합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죠? 그냥 흑백에서 컬러로 카메라만 바꿔서 촬영하면 되는데 힘들게 도대체 뭐가 있을지 가늠이 잘 안되시겠지만, 초기 컬러 영화 촬영에서는 제대로된 화면을 얻기 위해서 극도로 높은 온도의 조명이 필수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오즈의 마법사'의 에메랄드 시티의 화려한 컬러 화면을 촬영하기 위한 실내 세트의 조명은 화씨 100도, 우리나라 식으로는 거의 38도까지 올라가는 온도에서 촬영을 해야 했는데, 도로시야 그렇다쳐도, 겁쟁이 사자에서부터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들은 그 두터운 복장까지 입고 촬영을 해야 했으니 말 다했죠. 



 2  샤이닝 (1980)

스탠리 큐브릭의 1980년도 영화 '샤이닝'은 각종 명장면으로 도배가 되다시피했던 영화이자, 그 명장면을 위해서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자행(?)했던 완벽주의적이 집착은 정말 유명했죠. 


예를 들어, 잭 니콜슨의 아내 역할을 했던 셜리 듀발은 저 유명한 야구방망이를 들고 계단 올라가는 장면을 127번쯤 찍었다고 하는데요.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스탠리 큐브릭은 듀발이 겁에 질린 연기를 하는 영화의 마지막 한 시간 찍기 위해 4달 가량을 촬영에 매달렸고, 큐브릭은 셜리 듀발이 스크린에서 스트레스 받고 지치고 초췌한 모습을 보이게 하려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듀발을 막 대하라는 지시까지 했을 정도였고, 실제로 셜리 듀발은 '샤이닝'에서의 촬영 트라우마로 실제로 폐인이 될 정도로 인생이 망가지기까지 해서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었습니다. 



근데, '샤이닝'에서의 그런 스탠리 큐브릭의 완벽주의적인 광기는 심지어 영화에서 잭 니콜슨과 셜리 듀발의 아들 역할을 맡았던 아역 배우 대니 로이드에게까지 미쳤다고 합니다. 


스탠리 큐브릭은 아역 배우 대니 로이드가 영화 촬영을 하는 동안 무서워하는 모습 따위는 전혀 없이, 그저 폭설로 완전히 고립된 오버룩 호텔에서 그저 신기해하고 호기심으로만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아이에게 공포 영화가 아닌 그냥 일반 가족 영화를 찍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대니 로이드는 '샤이닝'이 실제 어떤 영화였는지 나중에 십대 틴에이저가 됐을 때나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샤이닝' 영화 속 명장면들



 3  로보캅 (1987)

1987년 폴 버호벤 감독의 오리지널 '로보캅'은 스무 명 이상의 보통 경찰들의 몫을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로봇 경찰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지만, 198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가 시대인만큼, 컴퓨터 그래픽 따위는 크게 기대할 게 못 되고, 촬영은 주연 배우 피터 웰러가 무지막지한 로보캅 복장을 착용하고 로봇처럼 움직이는 실제 촬영으로 대부분 채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아무 것도 아닌 출동하는 로보캅이 동료 경찰이 던져준 열쇠 꾸러미를 손으로 잡아채서 서장 옆을 지나쳐 걸어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근데, 이 장면을 찍는데 말 그대로 거의 하루가 꼬박 걸렸다고 합니다. 



왜 그랬냐구요? 별 거 아닙니다. 피터 웰러는 로보캅 복장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 둔탁한 복장을 입고 걸어가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다가, 로보캅 헬멧으로 시야까지 확보가 안 된 상태이다보니, 그저 간단한 열쇠 꾸러미 하나 받아 채는 연기조차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던 것이죠. 아래 움짤의 저 장면을 찍느라 100여 번 이상의 재촬영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니, 참 씁쓸하다면 씁쓸한 명장면이네요. 


 촬영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는 '로보캅' 명장면 ㅠㅠ



 4  유주얼 서스펙트 (1996)

하크니, 맥매너스, 펜스터, 키튼, 버벌까지 다섯 명의 전문 범죄자들이 총기 트럭 탈취 혐의 용의자들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은 대표 이미지로 포스터에도 그대로 남았듯 '유주얼 서스펙트'의 최고 명장면 중의 하나이자, 아울러 그냥 배우들 세워 놓고 간단하게 촬영했을 것 같은 심플한 장면으로 유추가 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장면을 찍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심각해야 할 상황에서 자꾸 돌발 상황이 생겨서 배우들이 웃음을 떠뜨리는 탓에 계속 NG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이 장면은 웃음 따위는 절대로 섞여들 수 없는 아주 심각한 장면으로 설정이 되었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다섯 명의 전문 범죄자들이 경찰을 조롱하듯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으로 그냥 대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프레드 펜스터 역의 베니시오 델 토로가 방귀를 뀌어서 발생한 돌발 상황이 그대로 영화에 담기는 것으로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브라이언 싱어였다네요. 


▲ 웃음 때문에 힘들었다는 '유주얼 서스펙트' 명장면



 5  스파이더맨 (2002)

샘 레이미 감독 연출의 2002년작 영화 '스파이더맨'은 '다크나이트'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역대 코믹스 원작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 유명한 스파이더맨 키스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메리 제인이 바닦에 흘린 우유 때문에 부츠가 미끄러지며 넘어지고, 피터 파커가 메리 제인을 왼손으로 받아 안고, 오른손으로는 쟁반으로 음식들을 모두 받아내는 장면이었는데요. 


▲ 미끄덩 넘어지는 메리 제인


▲ 메리 제인과 음식물을 모두 구하는 피터 파커


넘어지는 장면이나 식판 트레이가 날리는 장면이야 뭐 그냥 찍으면 되는거고, 피터 파커가 떨어지는 음식을 쟁반으로 받아내는 장면도 그냥 간단히 CG 처리하면 될텐데 어려울게 뭐가 있겠느냐 하겠지만, 왠걸요. 이 장면은 스파이더맨 역의 배우 토비 맥과이어가 CG 없이 무려 156번의 시도끝에 성공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쟁반을 접착제로 손바닥에 붙인 토비 맥과이어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6시간의 고행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근데, 도대체 왜 그냥 CG로 처리하면 될 것을 그렇게 고생을 했는지가 이해가 안가네요. 그냥 대충 한 열 번 정도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어쨌든 CG 없이 150번 이상의 시도 끝에 직접 해 낸 것이라고 하니, 그 사실을 알고 보니 새삼스레 대단한 장면으로 보이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