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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영화 특집

할리우드 걸작 영화 속 애드립 명장면 10

영화란 보통 대본이 먼저 나오고 연출 방향, 촬영, 편집, 포스트 프로덕션 등등등 별별 계획을 꼼꼼하게 짜서 제작하게 됩니다. 근데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변수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디 앨런의 '애니 홀'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카메라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까지도 완성된 대본이 나오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배우들이 대사를 하다가 대본을 벗어나 애드립을 하고 즉흥 연기를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여기 그렇게 각본상의 예정에 없이 우연히 찍게 된, 우연이 만들어낸 영화사의 명장면 10가지를 모았습니다. 정말 고맙고도 땡큐한 우연의 산물! (순서는 영화 개봉순)



 1  카사블랑카 (1942)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1942년 작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분한 릭 블레인이 잉그리드 버그만이 연기하는 일사 런드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태우는 장면은 기념비적인 명대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영화재단이 뽑은 역대 할리우드 영화 속 명대사 100에서 5위를 차지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대사 역시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없던 대사였다고 합니다. 험프리 보가트의 이 말은 촬영 중간중간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포커를 가르치며 장난스럽게 즐겨 하던 말이었다네요. 



 2  시계태엽 오렌지 (1971)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말콤 맥도웰이 연기한 알렉스는 패거리와 함께 엄청나게 잔인한 폭력을 자행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즐거운 노래를 부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이 장면에 대한 애착이 아주 큰 나머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카메라를 돌렸는데, 아무래도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하다 하다 지쳐 말콤 맥도웰에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라고 주문했고, 말콤 맥도웰은 자신의 18번 중의 하나인 '싱잉 인 더 레인'을 목청껏 뽑아내며 연기했다고 합니다. 


큐브릭은 바로 이거다 싶어 박수를 쳤고, 훨씬 더 좋아진 장면에 웃음을 지으며 바로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내러 갔다는 얘기.



 3  대부 (1972)

대부 비토 콜레오네는 파워 막강한 이탈리아 마피아 패밀리의 냉혹하기만 한 우두머리만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딸이 맞아서 앙갚음을 해달라는 청원을 받고 가해자에게 선고를 내리는 내내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저 유명한 장면이 그렇습니다. 


이 고양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촬영 비화에 따르면, 말론 브란도가 고양이 한 마리가 세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보고 데려왔고, 감독인 프란시스 코폴라가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에 말론 브란도의 무릎에 이 고양이를 그냥 앉혀놓았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말론 브란도의 기에 눌려 꼼짝없이 얌전하게 있었다는 또 다른 설도 있습니다. 



 4  택시 드라이버 (1976)

이 세상에서 가장 가장 많이 인용되고 패러디되는 영화 대사는 무엇일까요? 그중 하나는 이론의 여지없이 '택시 드라이버'의 대사 "나한테 말하는 거냐? (You talking to me?)"입니다. 그런데 이 대사도 우연히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 폴 슈레이더는 지문에 단순히 '트래비스가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라고만 써놓았지, 구체적인 대사는 적어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택시 기사 트래비스 비클이 거울을 보고 중얼거리는 대사는 로버트 드니로가 현장에서 그냥 되는 대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거울을 보면서 연기를 해보라고 하면 100에 100명은 전부 다 이 대사를 따라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조건반사적으로! 



 5  에이리언 (1979)

시리즈를 거듭하며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의 탄생 과정은, 가장 먼저 에이리언 퀸이 낳는 알에서 부화되는 이른바 페이스 허거라는 중간체가 거미와 같은 다수의 다리를 이용해서 숙주의 얼굴을 감싸서 외계 생명체의 유생을 체내에 넣고, 숙주의 체내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체스트 버스터라는 형태로 성장하게 되면 그 때서야 숙주의 가슴을 뚫고 체외로 탈출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79년 작 '에이리언'에서 체스트 버스터가 처음 등장하는 촬영 장면에서 숙주 상태로 누워 있는 동료를 바라보는 대원들은 정확히 어떤 장면이 촬영되는지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 결과 체스트 버스터가 숙주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촬영은 배우들이 실제로 까무러치게 놀라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피와 공포, 모두 연기가 아닌 실제였다니, 좀 고약한 성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니었나 싶네요.



 6  레이더스 (1981)

198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이더스’에서 납치된 매리언 레이븐우드를 찾아다니던 중에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는 온통 검은색 옷을 입고 커다란 검을 휘두르는 악당과 마주치게 됩니다. 원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채찍과 검이 맞붙어야 할 장면인데, 인디아나 존스는 그저 리볼버를 꺼내들어 단 한 방에 남자를 처치하고 갈 길을 갑니다.


이 장면이 이토록 간단하게 끝난 데는 사연이 있다고 하네요.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가 심한 식중독에 걸리는 바람에 대본에 씌어진 대로 해당 장면을 찍을 힘이 없었다고 합니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가 논의한 끝에 즉석에서 대본을 수정했는데, 이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 전체 시리즈에서 길이길이 남는 신화적인 명장면이 됩니다.



 7  양들의 침묵 (1991)

한니발 렉터 박사가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에게 사람 간을 먹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내던 저 유명한 뱀 소리, '싯싯' 하는 소리도 원래 대본에는 없었던 즉흥 연기라고 합니다. 


안소니 홉킨스가 리허설 중에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조디 포스터를 겁주려고 냈던 소리인데, 감독인 조나단 드미가 관객을 겁주기에도 최고의 소리라고 판단해서 영화에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양들의 침묵'을 넘어 한니발 렉터의 최고 명연기 중의 한 장면이 됩니다.



 8  유주얼 서스펙트 (1996)

하크니, 맥매너스, 펜스터, 키튼, 버벌까지 다섯 명의 전문 범죄자들이 총기 트럭 탈취 혐의 용의자들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은 대표 이미지로 포스터에도 그대로 남았듯 '유주얼 서스펙트'의 최고 명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웃음 따위는 절대로 섞여들 수 없는 아주 심각한 장면인데, 정작 영화에서는 다섯 명의 전문 범죄자들이 경찰을 조롱하듯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는데, 이 역시 대본에 없던 장면으로, 프레드 펜스터 역의 베니시오 델 토로가 방귀를 뀌어서 발생한 돌발 상황이었지만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고 합니다. 



 9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2002)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 아라곤과 레골라스, 김리가 호빗 친구들을 붙잡아간 오크들을 추적하다 문제의 오크들의 불타는 시체를 맞닥뜨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비고 모텐슨이 분한 아라곤은 호빗 친구들 역시 함께 죽은 것으로 생각 분개하며 바닥의 오크 투구를 발로 걷어차며 절규하는데, 아라곤의 처절한 절규 소리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다고 합니다. 투구를 걷어차다 발가락뼈가 부러지는 촬영 사고가 있었다고 해요. ^^



 10  다크 나이트 (2008)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는 수많은 애드립 연기를 펼쳤고, 대본에 없던 히스 레저의 돌발 행동은 예외 없이 모두 '다크 나이트'의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치장에 수감된 조커가 제임스 고든이 청장으로 승진했다는 얘기를 창살 뒤에서 듣고 음산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장면은 '다크나이트' 조커의 최고의 연기 중의 하나인데, 원래 이 장면에는 조커가 체포되어 앉아 있고, 고든이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다는 내용만 대본에 있었는데, 히스 레저가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소 영화 촬영에 있어 완벽함을 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우들의 애드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시 히스 레저의 박수는 너무도 만족스러워 카메라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